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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1-12 조회수 : 750

마태오 25,1-13 
 
『더 높은 기도』: 나는 기도가 기대되는가? 
 
 
오늘 복음은 ‘열 처녀의 비유’입니다.
현명한 처녀들은 여분을 가지고 있었고 미련한 처녀들은 챙겨놓지 못했던 ‘기름’은 무엇을 상징할까요? ‘성령’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입니다.
신학에서 “성령과 기름 부음은 동의어로 쓰일 정도”(『가톨릭교회교리서』 695)입니다. 
 
그렇다면 성령으로 붙은 등잔불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성령의 열매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를 참포도나무에 접목시켜 주신 그분께서는 우리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22-23)와 같은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해”(736) 주십니다.  
 
 이것으로 미루어본다면, 미련한 처녀들은 사랑, 기쁨, 평화와 같은 감정들이 사그라졌을 때
성령을 받겠다고 기도하러 가는 사람을 의미하고, 사랑과 기쁨과 평화의 감정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는 신앙인을 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기도와 영성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기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규칙적으로 하느냐’, ‘필요할 때만 하느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막 달리기 경주할 때 선수들은 일정 걸음을 내디딘 후에는 반드시 물을 마신다고 합니다.
사막에서는 땀이 바로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목마를 때만 물을 마신다면 탈수증으로 쓰러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탈수증에 쓰러진 선수들을 보면 물통에 물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마셔야 내 것이 됩니다.
만약 수험생 자녀를 위해 어떤 엄마가 100일 기도를 했다면 그 엄마는 영성이 높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만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녀의 시험과 상관없이 매일 그렇게 기도할 수 있다면 그제야 ‘기름’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 환경은 이렇게 기도의 수준이 높아지는 데 큰 방해를 주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만약 미사를 몇 번 했는지, 묵주기도를 몇 번 했는지 보고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는 묵주기도에 천천히 젖어 드는 것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게 할 수 있습니다. 
 
‘복음 나누기 7단계’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을 3분 묵상하고 무슨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30분은 집중해서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묵상은 3분만 해도 된다고
여기게 만듭니다.
그리고 더욱 안 좋은 것은 기도가 ‘부담’이 되게 합니다. 
 
묵주기도를 더 많이 바치기 위해 빨리 바쳐야 하고 묵상 나누기를 위해 묵상한 것도 아닌 자기 생각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면 레지오도 힘들어지고 소공동체 모임도 부담스러워 나가지 않게 됩니다.  
 
만약 기도가 행복한 것이라면 남이 시키지 않아도 혼자서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큰형은 한때 매일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가위에 눌렸고 심지어 악마에게 공격당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귀신 잡는 해병대, 그리고도 수색대 조교였던 형은 자존심상 주님께 도움을 청할 수는 없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느 날은 성호를 긋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날은 오랜만에 편히 잠들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다음 날도 성호를 긋고 잤습니다.
그런 습관이 수십 년이 지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형은 이제 성호경을 제대로 긋는 기도의 수준에 오른 것입니다.
이렇게 영성을 높여갈 수 있습니다.  
 
가끔 자기를 키우던 가족이 먼저 죽자 반려견이 매일 무덤에 와서 슬퍼하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정말 반려견이 주인을 사랑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한 번 왔다가 다시는 안 온다면 이는 그저 자기 위로일 뿐입니다.
그러나 매일 같은 시간에 온다면 정말 그분과 그분한테서 나오는 사랑이 그리워 오는 것입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살기가 싫다는 한 자매에게 저는 매일 한 시간씩 성체조배를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20~30%만 꾸준히 실천합니다. 그 자매도 매일 성체조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1년 동안 꾸준히 그렇게 한 이유를 물었더니, 남편이 아닌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더 이상 남편이 밉지 않고 며칠 만에 집에 돌아와도 밥을 차려주고 이부자리를 마련해준다고 합니다. 
 
미워할 때보다 기도할 때 행복하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 자매는 성체조배 한 시간 할 정도로 영성이 높아진 것이고 그렇게 현명한 처녀로 인정받게 됩니다. 
 
사실 기도는 힘이 드는 일입니다.
십자가에 자신을 봉헌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좋은 열매가 맺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매일 새벽 만나를 거두러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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