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4,25-33
내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가?
오늘 우리에게 건네시는 예수님의 권고 말씀은 꽤 의아하고 당혹스럽습니다.
주님을 적극적으로 추종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해야 한다는 초대는 참으로 난감한 초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에 첫발을 들여놓으시는 예비 신자나 초심자들이 접했을 때,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보충 설명이 필요한 듯합니다.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바는 너무나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주님의 자리를 좀 더 앞쪽으로 이동시키라는 초대입니다.
세상의 좋은 것들에 푹 빠져 살아가는 우리, 인간 관계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살아가는 나머지 잊고 살았던 주님의 현존을 기억하고, 그분께 우선권을 드리라는 초대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랑에도 우선순위가 있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첫 번째로 선택해야 할 대상은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시어 우리를 선택하시고, 이 세상에 보내주신 주님이십니다.
그분을 향한 우리의 선택은 최우선적인 것이어야 마땅합니다.
그후 이어지는 선택은 너무나도 당연히 배우자와 자녀, 부모와 형제와 자매, 친지와 친구 등등
동심원처럼 퍼져나가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만일 우리의 선택이 뒤죽박죽된다면, 그것처럼 웃기는 일이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창조주요 주인이신 주님, 우리의 목숨을 비롯한 모든 것을 손에 쥐고 계시는 주님은 뒷전인채, 별것도 아닌 무가치한 대상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한다면, 이 얼마나 비참한 일에 되겠습니까?
배우자나 자녀, 부모와 형제자매들은 저 뒷전이고, 엉뚱한 사람, 엉뚱한 대상이 앞쪽을 차지할 때,
그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 말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하느님 나라에서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든 형제자매들이 한 가족이 될 것이니, 지상에서부터 그런 연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 그 어떤 존재에 앞서 예수님을 선택하고, 그분께 우선권을 드리며, 그분 중심으로 살아가면서 언젠가 도래할 새로운 질서의 세상에 미리 맛을 들이라는 것입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란 세상 모든 가치들에 앞서 하느님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나 친척, 혈연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라는 것을 절대 아닙니다.
‘내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가?’ 하는 화두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을 가까이 따랐던 열두 사도가 새로운 예수님의 영적 가족이 된 것처럼, 오늘날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예수님께 봉헌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분의 가족으로 수용됩니다.
새로운 혈연관계가 풍성하게 이루어지는 교회의 영적 가족을 통해 우리는 장차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맛보고 체험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온전히 받아들임을 통해 그분의 형제가 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요 은총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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