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째 보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분명히 매일 보고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1년에 한 번씩은 다 봅니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지금도 계속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책은 어떤 책일까요?
바로 성무일도입니다. 신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바치기 시작했던 성무일도, 그 책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서 많이 낡았고 성무일도 안에는 많은 밑줄이 그어 있지만, 이 성무일도를 오래되었다고 버릴 수가 없습니다. 사실 세상의 책은 몇 번 보고 나면(몇 번 계속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지겨워서 펼치지도 않게 되지요. 하지만 성무일도는 다릅니다.
성경책도 그렇습니다. 지금 본당에서 매주 금요일에 성경 강의를 하고 있기에 계속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신부님은 성경 많이 읽었고 공부도 많이 하셨으니까 강의하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지요?”라고 이야기하십니다. 분명 많이 읽었고 또 공부도 계속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마치 처음 보는 책인 것처럼 늘 새롭게 다가옵니다.
주님의 말씀은 과거 일회적으로 하신 말씀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살아있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말씀을 지금 우리의 삶에 비추어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을 단순한 옛날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지루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주님의 말씀이 절대로 아닙니다. 따라서 계속 읽고 묵상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분명 당시에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그렇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알람’ 기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말씀이 지금 우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 말씀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 말씀은 지금의 우리에게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언제 오실지 모를 예수님을 끊임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모습처럼,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을 갖추고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으라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 때의 모습을 상기시켜 줍니다. 구원이 닥칠 때 곧바로 그분을 따라나서려는 것이었습니다. 허리에 띠를 매는 것은 깨어서 잘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 말고도 구원의 때가 가까이 다가왔음도 뜻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기뻐합니다.
오실 주님을 잘 맞이할 준비를 지금 하고 있나요? 주님의 말씀은 과거의 일회적인 말씀이 전혀 아닙니다.
오늘의 명언: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레프 톨스토이).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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