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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2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22 조회수 : 389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요즘 예전에 저희 수도원이나 청소년 시설 주방에서 근무하시던 자매님들의 얼굴이 자주 떠오릅니다.
제가 요즘 동종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똑같은 식재료를 반복해서 씻고 다듬고 지지고 볶고 하다 보면 팔이며 어깨며,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고, 그러다 보니 쉬는 날에는 어김없이 한의원으로 침맞으러 가고... 
 
한 며칠 침 맞으러 한의원을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얼마나 친절하고 자상하신지 모릅니다.
세월의 연륜 앞에 어찌할 도리없이 여기저기 고장 나서 찾아오는 환자들을 얼마나 따뜻이 맞이해주시는지, 놀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침을 맞으며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인간미 넘치는 삶, 극진한 환대의 자세, 진심이 담긴 다정다감한 말 한 마디...
이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이웃 전교의 바탕인지 모릅니다. 
 
전교 주일이자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오늘 우리 교회에는 다양한 유형의
선교사들이 필요합니다.
청춘을 바치고 목숨을 바치며 머나먼 타국으로 건너가, 그 나라 백성들에게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고, 그 나라 땅에 뼈를 묻는 위대한 선교사들도 필요합니다. 
 
저처럼 주님의 말씀을 쉽게 풀어서 양떼들에게 전하는 유랑 선교사들도 필요합니다.
어깨띠를 두르고 직접 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교회로 초대하는 적극적인 가두 선교사들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닙니다.
실제 삶 속에서, 자신이 행하는 매일의 직무 안에서, 이웃들에게 감동과 기쁨, 희망과 위로를 선사하는 일상의 선교사, 삶 속에서의 선교사도 필요합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단체, 각종 모임에서 기쁘게 희생하고 봉사하십니까?
모임 안에서 이방인이나 걸림돌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겸손한 리더로서 헌신하고 있습니까?
어떻게서든 조직이 복음적이고 인간적으로 돌아가도록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습니까?
모임 안에서 친교와 나눔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참으로 훌륭한 선교사이십니다. 
 
더없이 비관적이고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주님께서 크게 칭찬하실 위대한 선교사이십니다.
내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숱한 도전들과 걸림돌들이 즐비한 여행길이지만, 마치 소풍 나온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며 걷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역시 훌륭한 선교사이십니다. 
 
이웃 전교는 우리가 지은 죄를 보속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요,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향기로운 선물입니다.
선교는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수 사항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믿는 하느님, 우리가 지니고 있는 신앙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대상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통해 우리는 구원이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으며, 그토록 염원하던 하느님 나라에 입국할 수 있고, 하느님을 만나뵐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억만금을 준다 하더라도 버리지 말아야 할 대상, 우리 삶 속에서 첫 번째 가치가 곧 신앙인 것입니다.
이토록 좋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이웃들, 특히 가까운 사람들, 가족들에게 전하지 않고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교 주일인 오늘, 용기를 한번 내보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지금 누가 홀로 외로워하며 울고 있습니까?
그는 가장 좋은 선교의 대상입니다.
주변에 누가 갑작스러운 병고나 사고로 힘겨워하고 있습니까?
그는 가장 시급한 선교의 대상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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