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1,47-54
진노하시는 예수님,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루카 복음서는 자비와 치유의 주님이신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이 흘러넘치는 은혜로운 복음서입니다.
죄인인 우리 각자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뜨거운지, 읽을때마다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치유사화 한 대목 한 대목 접할때 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똑같은 환자인 바로 나를 눈여겨보시고, 나에게 다가오시고, 나를 굽어보시고, 나와 접촉하신다는 느낌에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가 계속 봉독하는 복음에 등장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대놓고 율법교사들을 도발하시며, '어디 한번 해볼테면 해보아라.'는 식의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십니다.
불의와 위선, 사악함과 이중성을 도무지 못견뎌하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토록 부드럽고 따뜻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싸움닭같은 모습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공개적인 질타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독한 앙심을 품었습니다.
눈에 독기를 품고 복수심으로 이글거리며 어떻게든 예수님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려고 많은 질문을 던지며 그분을 코너로 몰고갔습니다.
진노하시는 예수님!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느님의 얼굴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도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로 안쓰러운 마음에 우리를 꼭 끌어안으시기도 하지만 끝까지 정신 못차리고 당신께로 돌아서지 않을때 우리를 당신 품에서 떼어놓으십니다.
따지고 보니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강력한 경고의 말씀이나 섬뜩한 질책 역시 그분 사랑의 발로입니다.
어서 정신 차리라는! 빨리 당신 품으로 돌아오라는! 땅만 쳐다보지 말고 하늘을 올려다보라는!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