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9,1-6
뜻밖의 선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노숙인들이나 이방인들 난민들 만나실 때 마다 단골로 쓰시는 멘트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 역시 가난한 이민자 가족 출신입니다."
사실 교황님의 부모님과 가족은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웠던 시절 고국 이탈리아를 떠나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교황님께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에는 그런 배경이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우리 민족 역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모든 것이 파괴되고 난 전쟁 직후 국내에서는 워낙 먹고 살길이 막막해
반강제적으로 머나먼 타국으로 이주를 떠나곤 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처지는 더 비참했습니다.
바빌론의 침공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성전과 도시는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습니다.
지도층 인사들과 똑똑한 청년들은 원치도 않은 유배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선택된 백성 이스라엘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선물이 순식간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졌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대제국 바빌로니아가 또 다른 강대국 페르시아에게 패한 것입니다.
BC 538년 바빌로니아를 점령한 페르시아 왕 키루스는 칙령을 반포하여 유다인들을 포로 생활에서 해방시키고 자신들의 고향으로 귀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얼마나 큰 은총이요 축복이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이 역사의 뒤안길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가 했는데, 아무런 희망도 기쁨도 없이
하루하루 오욕과 좌절 속에 살았는데, 하느님께서는 뜻밖에도 페르시아 왕을 통해 귀향이라는 선물을 손에 쥐어주신 것입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없이 인생의 밑바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분께서는 언젠가 뜻밖의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이게 웬 횡재냐?’며 큰 감동과 기쁨 속에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직면한 상황은 또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국의 모습은 찌그러들대로 찌그러들어 있었습니다.
그 휘황찬란하던 성전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백성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무너진 성전을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고 산산조각 난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를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재건하는 데 앞장섰고 큰 기여를 했던 에즈라의 태도와 기도는 참된 회개가 어떤 것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참회의 표시로 단식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입고 다니는 옷은 낡고 찢어졌는데, 이것 역시 진정한 참회의 표시였습니다. 거기다 무릎까지 꿇고 두 손을 펼쳐 이렇게 외쳤습니다.
“저의 하느님, 너무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저의 하느님, 당신께 제 얼굴을 들수가 없습니다.
저희 죄악은 머리 위로 불어났고, 저희 잘못을 하늘까지 커졌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혹독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입니다.
남의 탓을 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에즈라처럼 겸손하고 절실하게 주님의 도움을 청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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