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순교 선열들은 한국교회의 자랑
[말씀]
■ 제1독서(지혜 3,1-9)
지혜서는 기원전 50년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지방의 유다 공동체가 이방인들에게 자신들의 종교를 전하려는 목적에서 저술한 작품으로서 이스라엘의 전통을 견지하면서도 상선벌악 사상에서 상당히 발전된 신학을 보여준다. 불사불멸하는 존재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강조함으로써 전통적인 현세적 상선벌악 사상을 벗어나 죽음 후의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지상생활을 영원한 삶을 준비하는 은혜로운 과정으로 이해한다.
■ 제2독서(로마 8,31ㄴ-39)
당신의 외아들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주시는 사랑으로 계시되며, 이를 믿어 고백할 때 비로소 그리스도교 신앙은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자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앙으로 우리는 하느님은 우리를 두려움 속에 떨게 하신다는 잘못된 신앙 개념을 떨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도 바오로가 ‘의화’(義化)로 표현하고 있는 주님과의 참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관계, 이 만남만이 우리의 삶을 가능케 하며, 늘 새로운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 복음(루카 9,23-26)
그리스도는 당신을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삶, 영원한 삶의 길을 가르치신다. 그분을 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자의 삶 속에 십자가를 짊어질 각오와 자기 자신을 포기할 각오를 앞세워야 하나, 이는 결코 헛된 일이 아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의 삶은 전적으로 그리스도께 속한 삶이 되며, 그분 안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는 삶이 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새김]
■ 구약의 사람들은 본디 현세적인 상선벌악 사상, 곧 살아생전 선(善)에는 축복이, 악(惡)에는 저주가 뒤따르게 마련이라는 보상 개념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예레미야 예언자를 거치면서, 특히 욥기와 함께 구약 후기에 와서 이런 사상은 적극적 성숙을 거듭해 현세적 불행도 하나의 시련으로서 하느님의 또 다른 축복의 표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넘어간다. 도가니 속에서 금을 시험하듯이 하느님은 신앙인들을 시험하시고 의로운 번제물로 받아들이시는 분이며, 이들 가운데 우리는 한국천주교회의 자랑스러운 순교 성인들을 기리며 따르고자 한다.
■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분이 지셨던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한 생을 살아가셨던 한국천주교회 신앙의 선조들을 기념한다. 그 어떤 것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그들을 떼어놓을 수 없었던 불굴의 신앙을 배운다. 굽힘 없는 신앙의 결단으로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고 계신 천상의 순교 선열들을 기린다. 주님께 의지함으로써 진리를 깨닫고 그분과 함께 사랑 안에서 살고 계신 성인들을 본받아 지상에서의 삶을 영원한 행복을 준비하고 추구하는 삶으로 엮어가고자 다짐한다.
자랑스러운 순교 성인들의 불굴의 신앙을 본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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