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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15 조회수 : 475

고통만 기억하지 말고 수난과 죽음, 그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영광스런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희망합시다!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오늘도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의 어머니들이 자식들이 겪는 고통으로 인해 똑같은, 아니 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스갯 소리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아프면 머리가 아프고, 친정 엄마가 아프면 가슴이 아프다.”  

 

조금 지나친 말인가요? 농담 말고 진짜 공감할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아들이 아프면 엄마도 따라 아프다.” 

 

자녀들을 양육하신 부모님들 많이 체험하셨을 것입니다.

자녀가 아프면 반드시 엄마도 따라 아픕니다.

자녀가 시들시들 죽어 가면 엄마도 시들시들 죽어갑니다. 

 

마찬가지로 아들 예수님의 고통은 곧 성모님의 고통이었습니다.

반대로 성모님의 고통 역시 아들 예수님의 고통이었습니다.

두분은 일심동체요 한 마음 한 몸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 내내 인류구원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큰 기쁨과 보람도 느끼셨지만, 다양한 고통도 겪으셨습니다.

고향 나자렛 사람들과 동족 이스라엘 사람들로부터 심한 배척을 당하셨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제자들을 양성시켰지만, 그들은 미성숙했고, 예수님의 신원과 사명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틈만 나면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올가미를 씌우려고 기를 썼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건네신 운명적 고난의 잔을 마셔야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골고타 언덕 위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 모든 아들 예수님의 고통은 고스란히 성모님의 고통이 되었습니다. 

 

교회 전례는 성모님의 고통을 기억하는 기념일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9월 15일 입니다.

그런데 바로 전날 어제 9월 14일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이렇게 우리 교회 전례력은 예수님의 고통과 성모님의 고통을 연결시켜 놓은 것입니다. 

 

고통 받는 성모님에 대한 신심은 중세 신심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었습니다.

특히 십자가에 높이 달리신 예수님 곁에서 성모님도 함께 수난당하셨다는 사상,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성모님께서도 영신적 죽음으로 동참하였다는 사상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교회는 좋은 것도 아닌데, 고통을 겪으신 예수님과 성모님을 기억하는 기념일까지 제정했을까요?

아마도 그 고통은 평범한 고통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통이어서 기념하는 것이 아닐까요? 

 

고통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수난과 죽음, 그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영광스런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는 의미에서, 고통을 기억하자는 것이 아닐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겪으셨던 고통은 마치 산고와도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출산을 준비 중인 산모는 분만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지만, 그 고통은 다른 고통과 차원이 다릅니다.  

 

잠시 후 나를 통해서 새로운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희망과 설렘과 기쁨을 간직한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고통을 묵상할 때 마다 마냥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통 그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영광스런 부활, 영원한 생명을 늘 함께 희망하며 두분의 고통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성모님께서 겪으셨던 고통의 특징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분의 고통은 그저 고통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고통을 사랑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고통을 예수님의 부활과 승리의 삶에 참여시켰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이 세상 곳곳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통을 홀로 감내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나서 그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한 평생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성모님은 바로 이런 분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실 것입니다.

위로자이신 성모님께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실 것입니다.

그들의 슬픔을 덜어주실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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