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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8-29 조회수 : 390

지난주에 있었던 휴가 때, 경상도에 있는 수목원을 방문했습니다. 모든 것이 예약제였는데, 입장이나 그 안에서의 식사도 예약해야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가격도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책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고는 관심이 갔고, 올해 첫 휴가인데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다녀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약간의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런 곳을 혼자 가는 사람이 있을까?’, ‘다들 누군가와 함께 올 텐데 나만 혼자 가면 어색하지 않을까?’, ‘식사 가격도 상당하던데, 나 혼자 가는데 이렇게 비싼 식사를 하면 사람들이 흉보지 않을까?’ 등의 생각들이 밀려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곧바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저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저는 대단하지도 또 중요하지도 않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제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 좋은 곳에서 굳이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까지 신경 쓸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이 점을 생각하니 그저 저에게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나’에게만 대단하고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아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고, 힘들어도 그곳에서 멋진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남 눈치보다 내 눈치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눈치는 주님 눈치입니다. 주님께서 보시기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남 눈치 보느라고 정작 주님 눈치를 신경 쓰지 않는 어리석은 우리의 삶을 반성해야 합니다.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입니다. 그는 헤로데 임금의 불륜을 질책하다가 헤로데의 아내 헤로디아의 간계로 순교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몇 명의 사람들을 묵상할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서 요한 세례자의 참수를 명하는 헤로데 임금, 잘못된 자기 행동을 질책하는 요한 세례자를 제거하려는 헤로디아, 그리고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어머니의 명령이라면서 따르는 헤로디아의 딸, 마지막으로 죽음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하느님의 뜻을 외치는 요한 세례자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요한 세례자가 가장 불행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요? 그 어떤 사람도 헤로데, 헤로디아, 헤로디아의 딸이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치만 보았을 뿐, 주님 눈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 눈치 보느라 정작 주님 눈치는 신경 쓰지 못하는 어리석은 삶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 안에서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눈치를 보면서 주님의 뜻을 따르게 될 때, 하늘 나라에서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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