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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8-11 조회수 : 410

마태오 16,24-28 
 
영웅적인 겸손과 빛나는 가난의 성녀 클라라! 
 
 
목숨이라고 다 같은 목숨이 아닌 것 같습니다.
참으로 구차스럽고 굴욕적인 목숨이 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견뎌내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목숨이 있습니다.
이게 과연 살아있는 건가? 하는 짙은 회의감이 들 정도로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목숨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기쁨과 의미로 충만한 목숨이 있습니다.
넘치는 생명력과 활기,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한 찬란한 목숨이 있습니다.
그런 목숨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합니다.
참으로 살아있는 목숨입니다. 
 
이 땅에 육화 강생하신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목숨을 살아가셨습니다.
물론 적대자들의 미움과 분노로 인해 하루하루 목숨이 위태로운 생애를 사셨지만, 놀랍게도 매일 죽음과 맞닿은 삶을 사시면서도, 넘치는 생명력과 활기로 가득 찬 충만한 목숨을 살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은 오늘 우리에게 참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셨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님 아버지 마음에 들며, 어떻게 사는 것이 참 인간으로서의 목숨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런 목숨을 만끽하라고 초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6, 24-25) 
 
오늘 기념일을 맞이하시는 클라라 성녀 역시 그토록 놀랍고 충만한 목숨을 만끽하며 살다 가신 좋은 본보기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클라라는 지극히 겸손했습니다.
다미아노 성당에서 수도 생활을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해, 당시 아시시의 교구장이셨던 귀도 주교님께서는 극구 사양하는 그녀를 수녀원장에 임명하였습니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그 직책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수녀원장인 그녀였지만 수녀원의 허드렛일은 당연히 자신의 일이려니 생각하고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며 기쁘게 해나갔습니다.
그녀가 유독 좋아하던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 동료 수녀들이 식사할 때 ‘서빙’하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밭일을 끝내고 흙먼지투성이의 발로 들어오는 동료 수녀들의 발을 정성껏 씻어주는 일이었습니다.
발을 다 씻긴 그녀는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재빨리 수녀들의 발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클라라의 잠자리는 아무것도 깔지 않은 맨바닥이었습니다.
냇가에서 주워온 돌이 베개였습니다.
작디작은 빵 한조각과 물 한잔이 매끼니 식사였습니다.
실내장식이나 난방은 고사하고 아무런 설비도 안 갖춰진 누추한 거처에서 한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녀는 가난이 무엇인지, 추위에 떤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고픔이 무엇인지, 피로에 지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제로, 온몸과 마음으로 깊이 체험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더할 나위 없는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성 보나벤투라는 그녀에 대해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클라라는 프란치스코의 정원에 핀 첫 꽃송이로서 마치 빛나는 별처럼 반짝였으며, 희고도 순수한 봄꽃과도 같이 향기로웠습니다.
그녀는 그리스도 안에 프란치스코의 딸이었으며 가난한 클라라회의 창설자였습니다.” 
 
클라라는 한평생 봉쇄구역 안에서의 관상 생활에 전념하였지만, 자신의 삶을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으로 확신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음의 서한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나는 하늘 아래에서 내가 바랐던 아무도 훔쳐 갈 수 없는 그 기쁨을 이미 소유하고 있기에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대도 주님 안에서 늘 즐거워하며, 슬픔이나 우울감이 그대를 덮치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대의 마음을 영원의 거울 앞에 놓으십시오.
그대의 영원을 영광의 광채 속에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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