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14,22-36
활동하는 관상가의 모범, 예수님
갈릴래아 호숫가 대평원에서 개최되었던 초대규모 신앙대회를 성황리에 마친 제자들의 기분은 한껏 고무되고 신명났습니다.
신앙대회 참석자 수가 남자 어른들만 5천명이었으니, 여인들, 어린이들까지 합하면 줄잡아 2~3만명이나 되었을 것입니다.
행사를 끝낸 제자들은 큰 보람도 느꼈겠지만, 행사를 운영하느라 다들 기진맥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규모 행사를 마치신 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태도가 참으로 감동적이고 특별합니다.
통상 행사의 뒷처리는 하인들이나 일꾼들, 제자들의 몫입니다.
그런데 스승님께서 직접 나서십니다.
계속되는 과로와 상습피로로 인해 진이 빠질대로 빠진 제자들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뒷처리는 당신이 하실 것이니, 먼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있으라고 재촉하십니다.
제자들이 먼저 떠나간 후 예수님께서는 마이크를 잡으시고 엄청난 규모의 군중을 질서 있게 해산시키셨습니다.
그리고는 손수 행사 뒷정리를 하셨습니다.
여름 신앙학교에 참석한 300명 남짓한 청소년들이 떠나간 자리를 뒷정리하는데도 하루 해가 짧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수의 군중이 떠나간 자리 뒷정리하는 일,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마침내 모든 뒷정리가 마무리 된후, 저같았으면 앞뒤 재지 않고 곧바로 침대로 직행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러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군중이 배불리 먹은 다음, 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 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군중을 돌려보내신 뒤,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 계셨다.”(마태오 복음 14장 22~23절)
고된 사목활동 후, 자축겸 위로겸, 한잔 한다든지, 회포를 푼다든지 할만 할텐데,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홀로 산으로 오르셨습니다.
거기서 대체 무엇을 하셨을까요?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즉시 답이 나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진심어린 감사기도를 드렸을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당신의 공생활을 통해 아버지의 뜻이 이 땅위에 이루어지도록 청하셨을 것입니다.
목자없이 방황하는 양떼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목활동도 펼치셨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하느님 아버지 앞에 일대일로 마주앉아, 그분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분과 일치하는, 활동하는 관상가로서의 삶에 충실하셨습니다.
그분은 지상생활 내내 기도와 활동 사이에서 균형잡힌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셨습니다.
잠깐 동안이나마 예수님을 떠나있었던 제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스승님을 중심으로, 영과 지혜와 능력으로 충만했었습니다.
스승님께서 행하시는 놀라운 기적도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목격했습니다.
제자들은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팽배했습니다.
그러나 반나절 후 드러난 제자 공동체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참으로 희극적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떠난지가 언제인데, 역풍을 만나 몇 킬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뱅뱅 맴돌고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높은 파도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제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제자들을 구하러 물위를 걸어오시는 스승님을 향해 “유령이다!”라고 외치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든 우리 공동체 안에 예수님께서 떠나시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그분께서 언제나 순례 여정 중에 있는 우리 공동체 중심이 ‘딱!’ 자리잡고 계시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주님께서 언제나 흔들리는 우리 배의 선장이요 주인이 되시도록 자리를 내어드려야겠습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