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14,13-21
모세는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영도자 모세는 영광스럽게도 하느님으로부터 불림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효의 이스라엘 공동체를 이끌고 이집트 탈출이라는 막중한 소명을 부여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언제나 함께 하심을 굳게 믿고 있었지만, 그가 느꼈던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엄청났습니다.
출애굽의 스타트는 장엄하고 대단했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스라엘 백성과 가축들이 무리를 지어 질서 정연하게 행렬했습니다.
집요한 파라오의 훼방을 보란 듯이 물리쳤습니다.
백성들은 영도자 모세의 탁월한 지도력에 박수를 치고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본격적인 광야 여정이 시작되면서, 그리고 그 여정이 일년 이년도 아니고 기약도 없이 길어지면서, 여기저기서 다양한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공동체들이 겪는 우여곡절을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도 똑같이 체험한 것입니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주님께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때맞춰 보내주시고, 다양한 모습으로 섭리하시고
동반해주셨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에게 광야 여정의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터트렸습니다.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먹여 줄까?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공짜로 먹던 생선이며,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생각나는구나.
이제 우리 기운은 떨어지는데, 보이는 것은 이 만나뿐, 아무것도 없구나.”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던 모세 입장이 참으로 난감해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출애굽이라는 엄청난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당연히 이런저런 불편함이 생길 터이고, 백성들이 그 정도 고통은 감내해줄 줄 알았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 백성들 앞에 모세는 신물이 났습니다.
나중에는 자신을 민족의 지도자로 불러주신 하느님에게도 원망의 마음이 들어 이렇게 외칩니다.
“어찌하여 당신의 이 종을 괴롭히십니까?
어찌하여 제가 당신의 눈 밖에 나서, 이 온 백성을 저에게 짐으로 지우십니까?
제가 이 온 백성을 배기라도 하였습니까?
제가 그들을 낳기라도 하였습니까?
저 혼자서는 이 온 백성을 안고 갈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무겁습니다.”
모세가 온 몸으로 느꼈던 지도자로서의 고통과 서글픔을 깊이 공감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과 항상 대면하고, 하느님과 지속적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세의 모습에서 참된 기도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파악하게 됩니다.
모세는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모세는 애써 꾸민다거나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현재 상황과 느낌, 고통과 두려움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하느님 면전에 다 털어놓았습니다.
그 진솔한 모세의 모습에 하느님께서도 흐뭇하게 여기십니다.
그와 항상 소통하시고, 그의 인생 여정에 늘 동행하시고, 그의 고통스러운 목소리, 그의 절규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이보다 더 좋은 기도가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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