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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7-16 조회수 : 286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작은 씨앗 하나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결코 원치 않으십니다! 
 
 
오래전 아무것도 모르면서 형제들과 이런저런 농사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뙤약볕에 일하다 보니, 지나가던 동네 노인들이 수시로 멈춰서시고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여.’라며 훈수를 뜨시는 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때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풍성한 수확에 기뻐도 했지만, 투자한 모종이나 줄기 값도 못 건진 때는
속도 많이 상했습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시선도 그러하실 것입니다.
우리 한명 한명을 눈여겨보신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만끽하라고, 풍성한 결실을 거두라고 이 세상에 보내셨는데, 평생 울적하게 살면서, 아무런 결실도 거두지 못했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시고 얼마나 슬퍼하실까? 걱정입니다. 
 
팔레스티나 지방 농부는 씨앗 자루를 손에 들고 작년 추수 이후로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채 널려 있는 들판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씨앗을 뿌립니다. 
다음에 쟁기질을 합니다. 
 
씨앗의 운명은 쟁기질이 끝난 후에 결정됩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앗에서는 아무런 수확을 얻을 수 없습니다.
굶주린 새들이 즉시 날아와서 쪼아 먹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돌밭에 떨어진 씨앗 역시 해가 떠오르면서 오래 가지 않아 메말라 죽어버립니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은 가시덤불이 훨씬 더 빨리 자라면서 연약한 싹을 질식시켜 버리기에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풍성한 열매를 맺으며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라는 놀라운 수확을 거두게 됩니다. 
 
씨앗 한 알을 유심히 살펴보면 참으로 보잘 것 없습니다. 우선 작습니다.
기대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씨앗 안에는 엄청난 생명력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 인간 존재는 수많은 가능성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소유한 씨앗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작은 씨앗 하나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결코 원치 않으십니다. 
 
원형 그대로 남아있기보다는 발아되기를, 풍요로운 결실을 맺기 위해 스스로를 내려놓기를, 썩어 없어지기를, 그래서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 놀라운 모습으로 변화되고 성장하기를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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