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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25 조회수 : 287
복음 마태 18,19ㄴ-2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9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20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21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22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의 부모에게 “아기 키우면서 언제 제일 기쁘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요? “걸음마 할 때요.”라고 대답하더군요. 다른 부모도 이때가 정말 기뻤다고 대답하십니다. 이제 같이 걸으며 어디를 갈 수도 있고, 아이가 이제 컸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고 하십니다.

걸음마는 빠르면 7~8개월째, 늦으면 돌이 지나서 걷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을 걸음마를 할 때, 성인처럼 잘 걷는 아이가 있을까요? 몇 걸음 떼지 못하고 철퍼덕 주저앉는다고 “바보야! 그것도 못 걸어?” 하면서 야단치지 않습니다. 걷는 시도하는 것 자체를 기뻐합니다. 만약 아이가 걸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누워만 있으려고 하면 부모는 큰 걱정에 빠질 것입니다. 주님도 그러시지 않을까요? 걷다가 넘어지더라도 계속 시도하는 노력 자체를 기뻐하는 부모처럼, 주님께서는 우리가 계속된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 주님의 뜻을 따르는 모습을 기뻐하십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 먹는 과자를 너무 먹고 싶어서 어머니 지갑에서 몰래 20원을 꺼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큰 죄책감에 빠졌는지 모릅니다. 어머니께서 가계부를 쓰면서 “돈이 비는데….”라며 계속 돈 세시는 모습을 보고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어머니와 미사에 갔는데, 마침 신부님께서 불붙은 지옥 불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돈 훔쳤던 일로 곧바로 지옥 불에 떨어질 것 같아서 미사 내내 울고 어머니께 고백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죄 한 번으로 우리를 불붙는 지옥 불로 이끄시지 않습니다. 그보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우리를 이끄시면서, 당신을 따르는 우리를 보고 기뻐하십니다. 문제는 하느님 뜻을 따르려 하지 않는 우리의 나태함이 아닐까요? 그리고 하느님 뜻보다 자기 뜻대로 살려는 고집스러움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하느님께서는 걱정하실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서 더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을 기억하면서, 남북한의 진정한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자고 교회는 권합니다. 그러나 분단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도를 멈추려고 합니다. 이제는 함께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면서 으르렁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분열이 아니라 일치입니다. 미움으로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평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는 나태함과 고집스러움을 버리고, 대신 하느님 뜻에 맞게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는 오늘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주님 이름으로 모인 곳에 주님께서도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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