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0,19-23
용서는 성령 강림의 증거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라고 하시고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라고도 하십니다.
우리가 죄를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성령께서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 권한을 주시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라며 교회를 파견하십니다.
이 말씀대로라면 교회가 죄를 용서해 주고 있다면
성령을 받았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마르틴 루터는 “신부도 사람인데 어떻게 사람이 사람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가?” 라고 말하며 ‘고해성사’를 포기하는 편을 선택하였습니다.
코리 텐 붐의 부모는 나치로부터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유대인들을 집에 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치는 그들의 집을 급습하고 온 가족을 체포했습니다. 코리와 언니는 결국 독일의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강제 수용소의 상황은 가혹했고 언니는 12월에 사망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코리 텐 붐은 네덜란드로 돌아와 강제 수용소 생존자들을 위한 재활 센터를 세우고,
몇 년 동안 자기 경험과 그리스도교 신앙을 나누기 위해 대중 연설자로 전 세계를 여행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의 죽음과 연결된 한 독일 간수가 자신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하느님, 저 인간만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부르짖었습니다.
그때 하느님께서 코리 텐 붐의 마음에 “코리야 용서하거라. 용서하라는 것은 나의 명령이다.
내 명령에 순종하겠느냐,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코리는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 억지로 원수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그를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그녀에게 부어주셨습니다.
그녀는 성령의 힘을 느끼며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었고 그 간수는 독실한 신앙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용서는 사랑처럼 성령의 열매입니다.
성령을 받아야만 용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용서하고 양자로 삼은 고정원 씨는 유영철의 다른 피해자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을 용서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고정원 씨는 기도의 힘으로 용서했습니다. 기도는 성령을 받는 시간입니다.
그는 밤새워 기도했더니 다음 날 5분 정도 미운 마음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용서가 인간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알고는 더 많이 기도하며 결국 용서에 다다른 것입니다.
이렇게 진정한 용서를 한 사람은 용서가 자신 안에서 성령께서 하는 일임을 알게 됩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교회가 죄의 용서를 베풀었다는 뜻은 그들 안에 용서의 권한이 있음을 목숨 걸고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도 당신이 하느님처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박해받고 돌아가셨습니다.
한 번은 네 명이 중풍 병자를 들것에 옮겨와 예수님으로부터 병의 치유를 청한 적이 있습니다
(마태 9,1-8; 마르 2,1-12; 루카 5,17-26).
예수님께서 중풍 병자를 보시며,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하고 말씀하실 때, 율법 학자들은 ‘사람이 어떻게 죄를 용서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께도 죄의 용서 권한이 있음을 믿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마태 9,5)라고 하시며 병의 치유와 죄의 용서를 같은 성령께서 이루심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은 병을 고쳐 주심을 통하여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시면 또한 죄를 용서하는 권한도 주실 수 있는 분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제자들은 죄 용서의 권한을 받고 바로 나가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생각만으로는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유다인들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내리시자 모두 뛰쳐나가 복음을 전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제1독서에서 오늘 제자들이 모인 가운데 성령이 불꽃 모양으로 제자들 가운데 내렸다고 합니다.
성령은 불꽃처럼 뜨겁게 인간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을 하게 만드는 힘이십니다.
교회 전체가 2천 년 동안 죄의 용서 권한을 행사해 오는 이유는 그 권한이 성령으로 교회 안에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교회가 “성령을 인식하는 장소”(688)라고 정의합니다.
성녀 데레사는 돌아가시기 직전 “저는 다만 교회의 딸입니다”라고 몇 번이고 외쳤습니다.
죄를 용서하라는 하늘 나라 열쇠를 지닌 유일한 가톨릭교회를 떠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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