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6,12-15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누구나 자기가 지닌 경험, 혹은 지식수준에 따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선생님 생각이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 생각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문제를 냈습니다.
‘술에 취해 거리에서 크게 소리치거나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일컫는 ‘가’로 끝나는 사자성어는? 답: (고)(성)(방)가
아이들 재미있는 오답들.
고음불가, 이럴수가, 미친건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압권인 오답, 아빠인가
아이들은 답을 알지 못하여 자기 수준에서 대답한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그릇이 있습니다.
자기의 한계가 있고 자기의 수준이 있습니다.
가끔은 위의 예와 같이 재미있게 끝나기도 하지만,
가끔은 자기의 ‘수준’을 알지 못하면 커다란 위험에 처하는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 젖을 먹는 아기가 딱딱한 견과류나 떡과 같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자칫 목에 걸리면 생명이 위험해 질 수도 있습니다.
어른도 떡이 목에 걸리거나, 낙지가 목에 걸려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어떤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전에 들은 가슴 아픈 사연이 떠오릅니다.
한 형제님이 친구들과 있다가 갑자기 간질 발작 증세를 보였습니다.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그 형제님을 돕겠다고 응급처치로 흉부압박을 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그 형제님은 목숨을 잃었는데, 그 원인이 응급조치를 잘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간질은 발작을 하면 압박을 가해선 안 되고 그냥 발작이 끝날 때까지 놓아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내가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것을 하다가 보면 이렇게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안 좋은 일이 벌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실 말씀이 아직도 많이 있지만 아직은 제자들이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제자들도 개인적으로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할 수준은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님이 오시면 모든 것들을 알려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진리의 성령님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이해할 능력을 주시는 분이신 것입니다.
충만한 성령님의 도우심 없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성경 하나를 놓고 수많은 해석들이 오고갑니다.
그래서 많은 종파로 그리스도교가 갈라졌습니다.
모두가 성경해석의 차이에서 나온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각 종파도 각자의 한계 안에서 진리를 해석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요?
만약 성령님이 도와주셨다면 해석은 하나만 정답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령님도 한 분이시고 진리도 하나이기 때문에 같은 말씀에 서로 다른 해석을 일러주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가톨릭교회의 성경해석이 성령의 도우심을 통한 가장 권위가 있는 해석이라는 것을 증명해낼 수 있을까요?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성경을 정해서 지금 이대로 묶어놓은 권위가 바로 가톨릭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신약성경을 27권으로 정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여기저기에서 서로 다른 정경목록을 구성하였고, 또 사실은 그 이후에도 그것을 받아들이려하지 않는 세력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복음들(예: 야고보 원복음서, 베드로 복음서, 막달레나 복음서, 유다 복음서 등)과 더 많았던 서간들 중에서 그리스도께서 하신 말씀이었음을 명확히 짚어낼 수 있다는 것은 교회가 그만한 진리를 지니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문제를 풀 때 많은 예문 가운데서 어떤 것이 정답인지 오류 없이 하나하나 짚어낼 수 있는 완전한 진리를 알고 있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당신의 성령을 주신 교회의 권위에 따라서만 성경을 해석하지 자유해석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리스도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할 그릇이 될 수 없음을 겸손되이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그 충만한 성령의 도우심으로 온전한 해석과 가르침을 줄 수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교회가 정한 성경 목록은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그것을 정해준 교회의 권위는 무시하고 자신들 뜻대로 각자 해석하겠다는 것은 교회가 성경을 정할 당시의 성령님이 이제는 자기 자신들에게 옮겨오셨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갈라진 그리스도교에서 더 이상 분열이 없었어야 했는데 그 이후로도 너무 많은 분파들이 생겨난 이후가 바로 갈라져나간 교회들에
충만한 진리의 영이 함께하지 않으셨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성령님은 하나로 일치시키는 분이시지 분열을 일으키는 분은 아니신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지 못하면 자신도 죽고 남도 죽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생각을 각자가 오류 없이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성령이 충만하고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예수님은 성경을 쓰지 않으시고 교회를 세워 그 교회에 당신 진리를 보존할 수 있도록 성령님을 주신 것입니다.
성경은 그 교회의 권위에서 나온 하나의 믿을 교리와도 같습니다.
따라서 성경은 믿으면서 그 성경을 믿을 교리로 선포한 교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입니다.
3년 동안 그리스도를 따라다니던 제자들도
그리스도의 말씀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하물며 우리들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온전히 해석할 수 있다는 교만은 버려야 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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