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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5-14 조회수 : 460

요한 14,15-21 
 
가장 사랑하기 힘든 사람을 사랑하려 할 때 벌어지는 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그 의미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예수님의 계명은 곧 당신이 우리 발을 씻어주신 것처럼 우리도 이웃의 발을 씻어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요한 14,15)라고 하시고, 그러면 아버지께서 “진리의 영”(요한 14,17)을 보내주신다고 하십니다. 
 
이는 마치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사랑하여 방문하려고 하시니 성령으로 아드님을 잉태하게 하셨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하느님은 성령님을 사랑하려는 사람에게 부어주십니다.
그렇게 되면 아버지께서 아드님 안에 계시고 아드님이 아버지 안에 계신 것처럼, 우리 안에 그리스도께서 계시고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머물게 됩니다. 
 
성모님은 엘리사벳을 방문할 때 당신의 인사말과 함께 성령께서 엘리사벳에게 가는 것을 보시고
하느님께 마니피캇을 부르며 찬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요한 14,21)라고 하십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리스도를 만나는 방식입니다.  
 
하느님은 초월자이십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신을 초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수준에 있으면서 천상의 분을 만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신학교에서 성체를 영할 때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제가 영혼을 구원하는 일을 하기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분께서 그러한 도움을 주실 수 있으셨을까요?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에 계속 거름을 줄 이유는 없습니다.
성령님은 열매를 맺는 포도나무 가지에 오십니다. 그리고 성령님이 아니면 그리스도께서 잉태되시지 않아 하느님의 계시를 맛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초월자의 도움을 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도움이 나오는 것을 볼 때 그분을 뵈옵는 것과 같이 됩니다. 
 
이는 마치 공포영화에서 인형이 움직이는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는데 인형 안에 배터리가 없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그런 느낌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초월자는 사랑이신 하느님입니다.
가장 사랑하기 힘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할 때 사랑이신 하느님이 우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게 됩니다.  
 
노숙인들의 친구 김하종 신부가 『사랑이 밥 먹여 준다』라는 책에서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었던 순간’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1992년 맑고 화창한 계절의 어느 날 당시 30대 초반의 신부님은 성남 상대원동과 은행동에서
가난한 이웃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도움을 주는 빈민 사목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한 분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종이에 적힌 주소를 보며 집에 찾아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아주 오래되고 낡은 집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창문도 없는 어두운 방에 흐릿한 전등 하나만이 보였습니다.
너무 어둡고 덥고 냄새가 나서 몇 초 동안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방바닥에 누워 있는 오십 대 아저씨를 발견했습니다.
아저씨는 이십 대 시절, 사고로 크게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어 그때부터 30여 년을 이 지하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식사는 이웃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다주면 먹고 아니면 굶는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이 “아저씨,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했더니, 방을 정리해달라고 했습니다.
방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고 요강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냄새가 너무 심해 우선 요강부터 닦았습니다.
방 청소와 설거지를 한 후 다시 바닥에 앉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아저씨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었고
아저씨는 흔쾌히 “네 신부님, 좋습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아저씨를 안는 순간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에 구역질이 났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신부님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그 순간, 어떤 음성이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사랑하기 힘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해 봅시다.
사실 나의 힘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스도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지만, 그 일을 하려고 할 때 용서의 하느님, 기쁨의 하느님, 행복의 하느님, 생명의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베드로는 물 위를 걷기를 청했습니다.
그럴 때 물 위를 걷는 예수님을 진정으로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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