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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5-13 조회수 : 464

<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 
 
복음: 요한 15,18-21 
 
세상을 거스르는 사람들 
 
 
‘데모 저지에 임하는 경찰의 방침’ 
 
1, 절대 희생자가 발생 않도록(경찰의 희생자 있더라도); 일반 시민 피해 없도록
2, 주동자 외는 연행치 말 것(교내서 연행금지)
3, 경찰봉 사용 유의(반말, 욕설엄금)
4, 주동자 연행 시 지휘보고(식사 등 유의) 
 
광주 항쟁 시 전남 도경국장 안병하 국장 지휘서신 내용이라고 합니다.
요즘과 비교해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약자를 위한 지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세를 따르지 않았던 이런 지시를 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당시 신군부에 협조하여 상당수 인사들이 5-6공을 거치면서 출세가도를 달렸고 그들은 지금도 광주의 진실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혼자의 힘으로 나라의 힘을 거스르는 결단을 한 안병하 국장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큰 감동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분은 광주민주화운동의 대치선을 ‘경찰-계엄군’ 대 ‘광주시민’에서, ‘계엄군’ 대 ‘경찰-광주시민’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경찰간부들이 광주시민의 편을 든다고 계엄군에게 심하게 구타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당시 광주시민들은 경찰서가 파괴되지 않도록 항쟁기간 동안 철저하게 보초까지 섰다고 합니다. 
 
80년 5월 24일 경찰지휘본부를 설치했던 안 국장이 임무수행을 위해 직접 도경에 들어가 보니
경찰국장실의 명패, 모자, 정복, 서류 등은 물론 관사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안 국장은 당시 육사 8기생으로 김종필 민자당대표위원, 윤흥정 5,18 호남지역 계엄사령관 등과 육사 동기였습니다.
전남도경국장은 탄탄한 그의 인생에 한 번 거쳐 가는 평범한 근무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80년 5월 19일 계엄사가 경찰병력을 무장하도록 지시했지만 안 전 국장은 “광주시민이 모인 곳을 향해 총을 쏠 수 없다.
경찰이 무장하는 경우 시위가 악화될 우려가 있으며 4·19때를 보아도 경찰을 무장시킬 수 없다.
무장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며 항명하였던 것입니다. 
 
“더 이상 경찰이 역사의 죄인이 돼서는 안 된다.
내 한 몸 희생해서 무고한 광주시민의 생명을 해치지 않고 나아가 경찰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겠다.” 
 
결국 안 국장은 신군부의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5월 26일 직위해제 당했고 보안사 동빙고 분실로 끌려가 10여일의 온갖 혹독한 고문을 당하였으며, 그 고문 후유증으로 1988년 10월 10일 광주의 한을 품은 채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출처; ‘위민정신의 표상’ 고 안병하 경무관을 추모하며, 오마이 뉴스, 2007,10,12 외] 
 
“지시를 거부하겠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자신들이 흐르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이들을 두려워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하는 지시는 무엇일까요?
경쟁하여 이겨야 하고, 좋은 대학과 직장에 취직해야 하며, 넓은 아파트에 살고 높은 권력을 위해 노력하는 등 정신없이 사는 것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뒤돌아볼 시간을 가지라는 것은
곧 세상이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 발각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상이 당신을 미워하였듯이 당신의 제자들 또한 미움을 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을 박해했던 그 세상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까요?
세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여전히 자신을 거스르는 이들을 미워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가만히 있기만을 원합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은 그 반대입니다.
움직이고 새로이 변화되기를 원하십니다.
따라서 성령의 힘을 따르다보면 이렇듯 세상에게 박해를 당하게 마련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다면 한번쯤은 자신을 뒤돌아 볼 일입니다.
세상의 끝에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리스도는 칼을 주러 오셨습니다. 
불을 지르러 오셨습니다.
반드시 저항세력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저항에서 오는 고통을 받기 싫어서 그냥 주저앉아서 그 물살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세상과 타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은 것입니다.
살아서 물살을 거슬러야 살아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지막 숨이 남아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열정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열정만 있었습니다. 
교회를 박해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열정을 보시고 올바로 잡아주셨습니다. 
 
물이 흐르는 곳의 끝은 항상 되돌아 올 수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기다린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폭포를 지나면 바다로 나아가 미아가 되어버려 더 이상 땅으로 되돌아 올 수 없음도 생각합시다.
이 세상이 종국에 가게 될 곳에 가지 않기 위해서는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세상과 타협하지 말고 이 세상을 이기는 사람이 됩시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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