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
성령의 인도로 하나 되는 공동체
[말씀]
■ 제1독서(사도 8,5-8.14-17)
사도행전은, 성령의 선물은 보편적인 공동체의 탄생으로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사실 교회는 ‘한꺼번에’가 아니라 ‘점진적인 단계를 거쳐’ 모든 사람, 곧 세상 방방곡곡에 전파된다. 이는 유다인들이 경멸했던 사마리아인들의 회개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사마리아인들은 처음에는 예수님에 관해서 극히 부분적인 계시만을 받아들였으나,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분에 관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변화된다.
■ 제2독서(1베드 3,15-18)
초대교회 신자들은, 예수님이 그러하셨듯이, 적대자들의 끈질긴 중상과 박해의 희생제물이 된다. 이러한 힘겨운 상황 속에서 베드로는 신앙인들이 견지해야 할 자세, 특히 신앙을 증거하기를 포기하지 말 것을 독려한다. 신앙인들은 적대자들이라 할지라도 우선 존경심으로 대하는 가운데 부드러운 마음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갖출 때 신앙인들은 예수님이 수난을 받으셨을 때의 모습을 닮을 수 있을 것이다.
■ 복음(요한 14,15-21)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분의 모범을 따르고 그분의 계명에 순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그분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 역동적인 힘에 사로잡히는 것을 말한다. 성령의 선물은 세속적인 인간의 삶을 사로잡아 하느님께서 친히 마련하신,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그 진정한 의미를 밝혀주신 참된 삶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닫힌 세상에 갇혀 있던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삶이다.
[새김]
■ 사랑하던 사람이 떠난 뒤에야 비로소, 그가 남긴 빈자리를 확인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그 사람을 그 사람이 되게 한 것, 곧 그 사람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를 그제야 살피게 되고 그럼으로써 그 사람의 진면모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자들에게 바로 예수님이, 따라다니며 보고 들은 주님이 그러했을 것이다. 주님이 들려주신 말씀과 보여주신 행적, 끝내 구원성취를 위한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뒤늦게 파악하고서, 그분의 뒤를 이어 구원사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힘을 그 안에서 찾는다.
■ 주님은 당신 제자들을 도와 구원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필요한 힘을 ‘영’이라 부르신다. 이 영은 성자와 성부 사이 사랑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힘이다. 성령으로 이끌린다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어떤 위대한 결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바로 그분의 역동적인 힘, 곧 사랑의 힘에 사로잡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홀로였다는 닫힌 마음을 열어 젖혀버리고 공동체를 향한 친교의 관계로 접어든다. 지금까지 의심으로 갇혀 있던 관계를 털어버리고 자유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느님과의 친교 속에 새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느님과 사람, 사람들 사이가 하나 되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모습이다.
신앙공동체는 하나 됨을 우선시하고 힘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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