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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5-09 조회수 : 348

복음 요한 14,27-31ㄱ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7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28 ‘나는 갔다가 너희에게 돌아온다.’고 한 내 말을 너희는 들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아버지께서 나보다 위대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29 나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너희에게 미리 말하였다. 일이 일어날 때에 너희가 믿게 하려는 것이다. 30 나는 너희와 더 이상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다.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 아무 권한도 없다. 31 그러나 내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과 아버지께서 명령하신 대로 내가 한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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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고집이 너무 큰 남편을 변화시키기 위해 30년 이상을 헌신적으로 남편을 섬겼다고 말씀하시는 자매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변화되었냐고 여쭤보니, 지금은 정년퇴직했는데 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포기해야 할까? 그래서 헤어질 것을 고민하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주위를 잘 보면, 타인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타인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사람을 찾기란 정말로 어렵습니다. ‘나’ 하나도 바꾸기 어려운데, ‘나’ 아닌 ‘타인’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심리학책을 보니, 자기에게 타인을 바꿀 능력이 있다는 착각은 비뚤어진 자기애에서 나올 때가 많다고 하더군요.


건강한 자기애로 충만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에 의구심이 없기에 세상에 굳이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반대로 건강한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세상에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기 능력으로 세상에 자기 뜻을 펼치는 데 실패했을 때입니다. 그때 타인을 통해 자기 뜻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결코 마음이 평화롭지 않습니다.


‘있음’ 자체로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굳이 세상에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기의 부족함을 볼 것이 아니라, 자기 전 존재를 ‘있음’ 그 자체로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굳이 남을 바꾸려는 힘 빠지는 노력에서 벗어나서, 나 역시 타인을 ‘있음’ 그 자체를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도 우리 삶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시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남의 삶에 끼어들려고 할까요? 귀하게 만드신 주님 사랑에 감사하며, ‘나’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면서 진정한 평화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요한 14,27)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평화는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게 합니다. ‘있음’ 그 자체를 받아주시는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평화입니다. 주님께서는 평화의 인사를 나누실 때,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하셨지요. 이렇게 주님의 평화는 언제나 그분의 현존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주님께 대한 믿음 없이는 평화 역시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어떤 고통과 시련 안에서도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간직할 수 있습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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