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4,6-14
연줄
최민식, 하정우 주연의 ‘범죄와의 전쟁’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폭력적인 깡패들 이야기라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주연들의 연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여기서 최민식의 역할이 매우 인상 깊게 나옵니다.
1982년 최익현(최민식)은 비리 세관원이었는데 퇴출되기 직전에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게 됩니다.
최형배는 전형적인 깡패두목입니다.
그러나 최익현은 정치, 경제, 법조계의 많은 인맥을 바탕으로 감옥에 갇혀있던 최형배를 빼내주기도 하고 조직이 클 수 있게 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합니다.
젊은 보스는 자신의 머리가 되어주는 최익현을 매우 좋아합니다.
물론 인간들끼리의 연줄은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서로 살기 위해 배신하게 되는 결과를 맺게 됩니다.
나라가 그렇다보니 서로 몸을 사리느라고 최익현을 도와주던 사람들도 모두 나 몰라라 합니다.
세상엔 연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취직하기 위해서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도 일거리를 얻기 위해서도 학연, 지연 등이 아직도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입니다.
성경에서도 쫓겨나게 생긴 집사가 그들로부터 덕을 보기 위해 주인의 재산을 가지고 빚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함으로써 쫓겨난 뒤를 대비하는 예화도 나옵니다.
꼭 재물이 재산이 아니라 세상 말로 연줄이 있는 것이 큰 재산입니다.
어제 외국에서 한 신자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고민이 있는데 기도를 청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말로는 기도드려드리겠다고 하고 아무 걱정 말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에게 기도를 해 달라고, 혹은 안수를 달라고 많은 신자분들이 청하십니다.
물론 신자들이 사제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것은 자신들보다 하느님과의 연줄이 더 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기도를 해 드려서 상황이 좋아지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도드릴 때도 들어주시면 좋은 것이고 안 들어주시면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냥 기도를 드려 드리면 저의 책임은 다 한 것처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신자들은 기도를 드려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왜 내가 그리스도와의 연줄을 더 확실하게 맺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와의 연줄은 일상 삶 안에서 형성됩니다. 하루에 이런저런 많은 판단을 하고 살지만
정작 예수님의 의견을 묻고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봅니다.
지금 성당 밖에서는 여러 공사가 한창입니다.
여러 의견들이 있고 결국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은 본당신부입니다.
‘이런 결정이 잘하는 것일까?’를 매번 물어보면서도 예수님의 뜻을 적극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수님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이유는 평소에도 내 자신의 뜻대로만 살려고 했지 내 안에 그 분이 계시다는 것을 자주 잊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잊고 살다보니 어느 순간에 그 분께 도움을 구하기가 왠지 쑥스러운 것입니다.
그 분께 도움을 구하기가 당당하지 못하다면 그만큼 연줄이 두텁지는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버지 앞에서 매우 당당하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아버지께 돌아가시니 당신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 분께서 다 들어주신다고 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아예 예수님께서 당신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당신이 다 이루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버지께서 거부하지 않으실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아버지께 사랑을 받고 계시다는 뜻입니다.
성모님도 예수님께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기적을 청하시면서 얼마나 당당하십니까?
거부하는 의도가 뚜렷한데도 성모님은 하인들에게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시며 기적을 강요하십니다.
당신의 청을 예수님께서 절대 거부하실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십니다.
‘과연 나는 예수님께 청하는 모든 것을 그 분이 하나도 거부하시지 않고 다 주실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을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분의 사랑을 그만큼 완벽하게 받을만하게 살아가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저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그 분의 뜻에 잘 순종하여 그 분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이었다면 신자들이 저에게
기도를 청할 때 주저 없이, “예, 걱정 마세요. 제가 기도해 드리면 다 잘 될 거예요.” 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평상시에 예수님과 성모님과 더 끈끈한 연줄을 맺어서 저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이들을 위해 당당하게 청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해 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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