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0,1-10: 나는 양이 드나드는 문이다.
오늘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착한 목자로 나타나고 있다. 부활하신 주님을 유다인들이 하느님께 가졌던 목자로서 안정과 번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생활의 친교, 친근한 애정 등의 의미를 지닌 분으로 고백하고 있다. 목자라는 개념은 그들의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드는 말이 된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묘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목자라는 상징적 개념을 사용한다. 교회는 이 개념으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시며, 그분이 메시아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께서 수난 하시기 전에 당신 자신을 메시아로 드러내시는 절정의 순간이다. 예수께서는 팔레스티나 지방의 수많은 양우리에서 있는 일을 말씀하신다. 목자들은 한 양우리에다 여럿이 한데 어울려 각자 자기 양들을 집어넣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들은 자기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그래서 목자가 부르면 그들은 목자를 따라나서고, 다른 양들은 자기 주인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문지기 역시 목자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이 문으로 자유롭게 들어가도록 한다.
그러나 도둑들은 딴 데로 몰래 들어가 양들을 훔친다. 잡히지 않은 양들은 그들을 피해 달아난다.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5절). 이것은 참 목자와 도둑과 강도 사이의 차이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자신들을 스스로 목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도둑에 불과했던 사람들을 향해 말씀하고 계시다. 그렇다면 누가 문으로 양우리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들이고, 양들을 죽여 없애려고 하는 도둑이며 강도인가? 요한복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유다인들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인 바리사이파 사람들, 사제들을 겨냥한 말씀이다.
그들은 폭력으로 그리스도를 없애려 한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10절). 즉, 양 떼뿐만 아니라 그보다 앞서 목자까지도 없애려 한다. 그래야 양 떼를 흩어지게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마태 26,31). 이것으로 그리스도의 죽음이 다가왔다는 것이 드러나고, 이 때문에 모든 양 떼가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10절) 얻게 되리라는 사실이 나타나고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만이 참되고 유일한 목자이심을 드러내신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을 “양들의 문”(7-9절)이라고 하시고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을 것이다.”(9절)라고 하신다. 이 말씀은 항상 주님이 모범으로 보여주신 진리와 사랑의 초대를 따름으로써 진정으로 형제들에게 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예수님은 도둑과는 달리 목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문이시며, 또한 참된 목자가 베푸는 희생적 사랑의 봉사를 잘 보여주신다. 즉 예수께서는 참 목자이시며 동시에 당신이 교회의 선익을 위해 태어날 무수한 목자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증명의 문이시다.
이것이 오늘 성소 주일의 의미이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주님을 따라 주님을 닮으려 준비된 많은 젊은이가 있다. 그러나 한편 주님을 따라 자신의 생명을 바치기까지 실천해야 할 그 봉사는 그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이상은 높지만 주저하는 그 마음에 용기를 주십사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참된 목자는 항상 그분뿐이시며 주님은 당신이 부르시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형제들 가운데서 떳떳하게 당신을 드러낼 힘도 주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오늘, 모든 사제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참으로 그리스도를 세상에 증거하는데, 참된 목자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참으로 봉사하는, 그리고 모든 교우의 영적인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일할 수 있는 목자들이 될 수 있도록,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자들이 되도록 기도하여야 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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