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6,35-40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회심, 심오한 삶의 이동이 필요합니다!
가끔 저 자신도 돌아보고, 주변 형제들도 살펴보면서 드는 한 가지 진리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부족하고 나약하며 죄인인 우리를 당신 구원 사업의 도구로 선택하시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신다는 것입니다.
때로 놀라운 일도 봅니다.
하나 하나 살펴보면 너무나도 부족한 당나라 군사들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우왕좌왕, 티격태격하면서도, 이런 형제들이 힘을 합쳐, 놀라운 기적을 창출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를 선택하시고 활용하시는 주님의 선택은 놀라움에 앞서 충격적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은 회심 이전의 바오로 사도가 어떠한 삶을 살았었는지, 살짝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사울은 교회를 없애 버리려고 집집마다 들어가 남자든 여자든 끌어다가 감옥에 넘겼다.”(사도행전 8장 3절)
보십시오.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 벌어진 낙마 사건 이전 사울은 정통 율법학자요 바리사이로서,
앞날이 창창한 청년 지도자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극단적 율법 중심 주의로 무장한 채, 율법을 거스르는 행태를 보이는 사람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구쳤습니다.
사울의 머릿속은 온통 세속적인 영예와 헛된 기대로 가득했습니다.
혈기왕성하다 보니 야심도 크게 품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울은 유다최고회의에 허락을 구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던가 봅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을 율법에 반하는 삶을 사는 이단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체포하고 박해하는데
최선봉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께서는 참으로 묘하십니다.
당시 유다 최고 지도자들 가운데는, 예수님과 그리스도교에 호의적이었던 니코데모나 가말리엘도 있었는데, 그들은 제쳐주고, 그리스도교 박해와 관련해서 넘버원이었던 사울은 당신 일꾼으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잘 나가던 사울을 깊은 바닥으로 내동댕이치십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바닥 체험 이후, 그를 환골탈태시키십니다.
그리스도교 박해에 가장 열렬하던 적대자에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주님을 사랑하는 사도로 변모시키십니다.
하느님은 묘하신 분, 오늘도 한없이 부족한 우리를 도구로 삼아 당신의 인류 구원 사업을 펼쳐나가십니다.
그분의 충실한 협조자가 되고자 한다면, 오늘 우리에게도 바오로 사도에게 벌어졌던 그런 깊은 회심,
심오한 삶의 이동이 필요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