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6,22-39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뒤, 제자들은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았다. 22 이튿날, 호수 건너편에 남아 있던 군중은, 그곳에 배가 한 척밖에 없었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그 배를 타고 가지 않으시고 제자들만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3 그런데 티베리아스에서 배 몇 척이, 주님께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 빵을 나누어 먹이신 곳에 가까이 와 닿았다.
24 군중은 거기에 예수님도 계시지 않고 제자들도 없는 것을 알고서, 그 배들에 나누어 타고 예수님을 찾아 카파르나움으로 갔다. 25 그들은 호수 건너편에서 예수님을 찾아내고, “라삐, 언제 이곳에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2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27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28 그들이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29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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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쉬면 뇌는 휴식 상태에 들어갈까요? 소위 ‘멍때리기’를 하면 뇌의 활동이 없어서 푹 쉴 수 있을까요? 미국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도 처음에는 아무런 과제를 주지 않을 때는 뇌의 모든 부위에서 활성화 정도가 줄어들다가, 다시 과제를 주면 뇌의 여기저기가 활성화되고 에너지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fMRI를 이용한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놀라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때도 뇌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목표 지향적 행위나 과제를 수행할 때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 차이는 5%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하긴 매일 먹고 자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도 피곤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목표지향적 행위를 하는 것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똑같이 뇌가 열심히 활동해서 피곤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유익할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피곤하지 않고 개운한 상태가 된다면야 그렇게 살라고 하겠지만, 똑같다면 기왕이면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또 무엇이든 하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후에 군중은 예수님을 어떻게든 따라다니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참 하느님이심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예수님과 함께하면 삶의 많은 부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지요. 모든 것을 예수님께서 해결해주실 테니까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성경에서 빵과 음식은 생명을 상징합니다. 유다인들은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합당하게 얻으려면 정해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 유일하게 바리시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사람 안에서 이루시는 하느님의 일, 곧 아버지께서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그분을 이미 생명을 주는 빵으로 여기게 됩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살지 않습니다. 그저 ‘알아서 먹고살게 해주시겠지.’라면서 세상의 일을 무시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즉,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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