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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17 조회수 : 602

요한 3,1-8 

나는 새로 태어났는가?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 가운데 니코데모라는 사람이 예수님께서 일으키시는 표징들을 보고

예수님께서 하느님에게서 오신 스승님임을 알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고백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의미로 새로 나야 한다고 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니코데모는 어떻게 새로 날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다시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라고 하십니다.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는 것을 우리는 ‘세례’라 부릅니다. 그리고 세례로 새로 난 사람은 이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특성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바리사이는 구별된다는 뜻입니다.

니코데모는 바리사이지만 그는 육으로 구별되려고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으로 난 사람이 진짜 구별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이 세상의 법칙이 아닌 하느님 나라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이 세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삽니다.  

 

우리는 과연 새로 난 사람들일까요? 그러면 이 세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만약 북한에서 하느님을 믿는다면 어떨까요? 당장 끌려가서 감옥에 갇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하느님을 믿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습니다.

자신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정 새로 남의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새로 태어나는 세례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세례 때에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과 함께 되살아났습니다.”(콜로 2,12) 

 

우리는 세례 때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로 새로 부활한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라면 이 세상 것을 추구할까요, 아니면 천상의 것을 추구할까요? 

“그러므로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콜로 3,1-3) 

 

따라서 세례는 내가 이미 죽었다는 믿음과 내가 그리스도라는 믿음을 동시에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이 지상의 것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돈과 쾌락과 명예를 추구하는 이 세상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 부활 대축일 어린이 미사 때 평화의 인사를 하는데 한 여자아이가 달려 나와 계속 “나 신부님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고 하는 것입니다.

“어디서 봤는데?”라고 물으니 “아이 때 봤는데…”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너 지금 아이야!”라고 했더니, 정색하며 “아니에요, 저 지금 일곱 살이란 말이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는 아기 때의 행동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이미 아이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젖을 찾지도 않을 것이고 공갈 젖꼭지도 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이라고 믿는 삶을 청산할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정체성을 갖는 것이 세례입니다. 이 세례를 주기 위해 부모는 자신들의 피를

음식이나 보살핌으로 아이에게 주었을 것입니다.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면 이전의 내가 죽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삽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아직도 돈 때문에 감정이 흔들리고 남들의 나에 대한 평가 때문에 감정이 상하며

육체적 배고픔 때문에 걱정한다면 어떻게 새로 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개신교 목사님 중에도 세례를 ‘내가 죽고 그리스도로 사는 것’임을 줄기차게 주장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선한 목자 교회 유기성 목사님입니다.

그분이 한 세례 신자의 간증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남자분인데 이분이 가정생활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아내와 지내는 것보다 친구와 어울려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처음에 너무 황당했고 농담인 줄 알았지만, 남편은 진심이었습니다.

자신도 자기 인생을 찾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선한 목자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만약 당신이 세례를 위한 1대1 교리 열 번만 받으면

내가 이혼해 줄게”라고 말했습니다.

열 번으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교리를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3번쯤 받으니 ‘이러다가 내가 하느님을 믿을 수도 있겠는데?’라는 불안감이 밀려오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는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를 받았다면 이제 이혼해야 할까요? 세례를 받으면 이제 아내는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영원한 반려자가 됩니다.

그래서 절대 이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와 즐기는 것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친구는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영으로 난 사람은 세상에서 구별되기 때문입니다.  

 

기적을 보고 그리스도를 믿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으로 태어나 이전의 내가 죽었음을 믿고 하늘의 것을 추구하여

분명 이 세상 사람들과 구별되는 삶을 살 때 비로소 새로 태어난 것이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은 것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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