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0,19-31
우리의 신앙이 맹목적이지 않고 이성의 빛, 진리의 빛의 인도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불신과 의혹이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나머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십니다.
사도들 가운데 가장 의심이 많았던 토마스를 향해 이렇게까지 행동하셨습니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요한복음 20장 27절)
아마도 의심이 많았던 토마스는 자신의 손을 뻗어 아직도 못 자국이 뚜렷한 예수님의 손바닥에 갖다 대어 봤을 것입니다.
자신의 손가락을 예수님의 옆구리에 넣어봤을 것입니다.
그제야 토마스는 의혹의 시선을 떨치고 외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사람들은 예수님 부활에 대한 토마스 사도의 불신과 의혹을 질타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강요에 의한 신앙, 맹목적인 신앙, 군중 심리에 따라가는 신앙은 위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성숙한 신앙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신앙의 길로 초대를 받습니다.
그 자리에서 즉시 응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망설이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하고, 고민을 거듭합니다.
이윽고 초대에 응답해서 신앙의 길로 접어듭니다.
그걸로 다 끝난 것이 결코 아닙니다.
믿음에는 반드시 시련과 고통이 따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의 신앙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맹목적이지 않고 이성의 빛, 진리의 빛, 성령의 빛의 인도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동물이나 식물이 아니라 이성과 지성을 겸비한 인간입니다.
때로 신앙의 길로 귀의하는 과정에서의 의심과 진단, 고민과 성찰은 지극히 인간적인 노력이고,
필요한 노력입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성령의 현존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성령께서는 때로 기적의 바람을 불러오시는 분입니다.
한 인간 존재를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키는 분입니다.
성령의 바람이 불어오길 인내롭게 기다려야겠습니다.
언젠가 그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토록 이해하기 힘든 신앙의 신비도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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