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고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날은 주님께서 만드신 날 우리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8,24)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은 주간 첫날이며 바로 주일이다. 만물이 빛에 휩싸인 날이다. 이날 주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다. 여인은 부활의 첫 번째 목격자가 되며 은총의 전달자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전에 미리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제자들이었지만,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스승이 힘없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자 크게 실망하여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빵을 떼어 나누면서 예수님을 알아보고 체험한 일을 전하였는데도 그 말도 믿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자기들의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지 않는 그런 완고함을 보인다.
수난 하시기 전, 그들과 함께 계실 때 당신은 고난을 겪으시고 돌아가신 다음 부활하시리라는 것을 다 알려 주셨지만, 그분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은 그들의 기억을 송두리째 없애 버렸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그분을 보고 너무나 혼란스러운 나머지, 그분의 가르침도 잊어버리고 부활을 기대하지도 못했다. 주님께서는 그들의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신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음식을 먹을 때, 당신을 나타내 보이심으로써, 사도들이 스승님의 부활을 받아들이게 해 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신앙이 없음을 책망하신다. 예수님과 그토록 가깝다고 하는 제자들까지도 아마 주님의 부활을 믿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예수께서 승천하시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음을 복음사가는 전하고 있다.
이렇게 부활 사건은 하나의 지식이나 이해가 아니라 현실적인 삶이었기 때문에 제자들의 불신과 주님의 책망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제자들의 삶 속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받아들인 부활의 신비를 이제 전하도록 선포 사명을 주님으로부터 받는다. 제자들의 신앙이 비록 약하였으나 주님께서는 이 제자들에게 당신 부활의 신비를 온 세상에 전하라고 사명을 주신다. 이제 제자들은 자신들의 삶 속에서 고통과 죽음을 불사하면서 이 부활의 신비를 전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우리의 신앙의 핵심이 되었다.
신앙이 약한 제자들이었음에도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그 제자들을 교회의 초석이 되게 하시고 구원을 전하게 하셨다. 이제 그러면 우리들의 신앙은 어떠한가?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에 대하여 어떠한 믿음을 가지고 어떻게 감사하면서 사는가를 살펴보아야 하겠다. 비록 나 자신의 신앙이 강하지는 못하지만,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같이 나를 당신의 도구가 되기를 원하신다.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의 삶 속에서 발견하도록 노력하며 구원을 선포하는, 비록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님의 말씀을 용감히 전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다. 부활의 신비를 알고 있는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이 언제나 부활의 신비를 체험하고 그 기쁨을 증언하며 살아가는 기쁘고 복된 신앙인의 삶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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