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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12 조회수 : 333

복음 루카 24,13-35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13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18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20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21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22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23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24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26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33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34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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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 살면서 좋은 점 하나는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당에서 나와 20분만 걸어가면 전철역이 있어서 어디든 시간 맞춰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서울로 강의 갈 때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저녁 8시부터 시작되는 강의라서, 30분 전에 도착할 생각으로 2시간 전인 저녁 5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직접 운전하지 않으니 2시간 동안 좋아하는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기분 좋게 성당을 떠났습니다.


저의 예상은 완전히 어긋났습니다. 전철 안에서 완전히 녹초가 된 것입니다. 마침 그 시간이 퇴근 시간이라서 사람이 너무 많은 것입니다. 강의 때 나눠줄 선물이 있어서 등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 틈에 끼어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예전에 지하철 안에 성범죄 단속을 위해 CCTV를 시범적으로 설치했는데, 녹화된 영상에는 하나의 틈도 없이 빽빽하게 사람들의 머리만 찍혀 있어서 무용지물이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매일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싶더군요. 직접 체험하니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해 보지 않은 것을 두고 쉽게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쉽게 판단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남의 아픔을 나의 경험만을 내세워 말한다고 해결될까요? 그의 경험은 자기의 경험과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과 나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의 간격을 줄이는 방법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내 생각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도 인정하고 믿어주는 것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를 복음에서 만납니다. 그들은 몇몇 여자로부터 예수님 부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고 서로 예수님의 부활이 진짜인지 아닌지 토론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었음을 오늘 복음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었던 제자였음에도 말이지요.


저녁때가 되어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서, 주님께서 빵을 떼실 때야 비로소 눈이 열려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들의 경험을 다시금 기억할 수 있었겠지요. 빵의 기적을 일으키셨을 때, 주님과 함께하며 들었던 모든 말씀을 기억하면서 그들은 다시금 믿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믿음의 눈으로만 주님을 제대로 볼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만을 믿는 삶은 주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게 합니다.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갖춘 사람만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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