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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06 조회수 : 330

루카 4,16-21 

 

그 어떤 유언보다도 설득력 있고 값진 유언, 세족례(洗足禮)! 

 

 

최후의 만찬! 그 광경이 화폭에 담겨 여기저기 볼 수 있기에 우리 눈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 생각만 해도 섬뜩하고 살 떨리는 표현입니다.

이제 이 식사가 끝나면 더 이상 지상에서는 식사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저녁 만찬이 끝나고 나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직 끔찍한 고통과 참혹한 죽음뿐입니다. 

 

과거 사형이 집행되던 시절, 최고수들에게 ‘그날’이 확정되면, 교도소장이며 간수들이며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바라보는 눈빛에 뭔가 안쓰러움이 느껴지고, 갑자기 친절해지고, 특식도 제공해 주고...일종의 특별 대우를 해주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최고수들은 직감합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는 것을. 

 

어찌 보면 예수님을 위해 차려진 최후의 만찬도 일종의 특식이었습니다.

이 시간이 끝나면 이제 남아있는 것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골고타 언덕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외아들이셨지만, 동시에 우리와 똑같은 인성을 지니셨던 분, 철저하게도

한 인간 존재였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초조와 번민이 밀물처럼 밀려왔을 것입니다.

그 극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유혹도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끝끝내 아버지의 뜻에 철저하게 순명합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혹독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합니다. 

 

스승님께서 그토록 엄청난 고통을 겪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의 모습을 한심 그 자체입니다.

아직도 돌아가는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정 책임자였던 유다 이스카리옷을 예수님을 팔아넘기기 위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수제자 베드로는 지키지도 못할 헛맹세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예수님께서는 놀랄만한 광경을 연출하십니다. 이른바 세족례였습니다.

세족(洗足)은 무엇입니까?

발을 씻어주는 행위입니다.

통상 세족은 종이 주인에게, 신하가 임금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해드리는 행위였습니다. 

 

그런데 왕 중의 왕이요, 인류 만민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신하요 제자, 종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행하신 세족례는 그 어떤 유언보다도 설득력 있고 값진 유언이었습니다. 

 

“주님이요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복음 13장 14~15절)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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