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2,1-11
오늘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봉헌은 과연 어떤 것입니까?
베타니아는 예수님께 아주 친밀하고 각별한 장소였습니다.
그곳에는 예수님의 절친 라자로와 마르타, 마리아의 집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인간인지라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가 있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과의 힘겨운 신경전을 치를 때면 더욱 그랬습니다.
그럴 때 예수님께서 즐겨 찾으셨던 곳이 베타니아였습니다.
라자로와 마르타, 마리아의 집은 예수님께 일종의 편안한 쉼터 내지는 포근한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습니다.
아마 예수님께서는 그곳에서 밤늦도록 포도주 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셨을 것입니다.
특히 라자로와 마르타와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방문하실 때마다 지극정성을 환대하였고, 예수님께서 세상 편안히 쉬실 수 있도록 극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항상 예수님을 환대하고 그분의 쉼터가 되어 드린 라자로와 마르타, 마리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 개인적으로 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주님께 이것 해주세요. 저것 해주세요. 집요하게 졸라대기만 했던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틈만 나면 주님, 어떻게 제게 이러실 수 있냐며, 따지고 대들기만 했던 지난 시절이 송구스러웠습니다.
앞으로는 라자로와 마르타, 마리아처럼 주님께서 제 집, 곧 제 영혼의 집에 오셔서 편히 머무쉬고 쉬실 수 있는 안식처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주님을 기쁘게 내 집에 영접하고 환대하고 배려해드릴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준비를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변장하고 찾아오시는 주님이신,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이웃을 기꺼이 환영하고
배려해야겠습니다.
수난의 때를 목전에 두신 예수님께서는 결전의 장소인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기 전, 절친 라자로와 마르타, 마리아의 집을 마지막으로 방문하십니다.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극진히 사랑하고 존경했던 마리아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민감함으로
한 가지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이 지상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예수님의 방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세 남매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예수님을 위한 송별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식사가 무르익어 가고 있던 어느 순간, 마리아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하고 값진 물건인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왔습니다.
마리아는 그 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왕창 부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정성껏 닦아드렸습니다.
마리아가 가져왔던 향유가 얼마나 값나가는 것이었던지, 배반자 유다 이스카리옷은 탄식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니라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지 않는가?”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의 사심 없는 사랑과 철저하게도 세속적인 유다 이스카리옷의 음흉한 마음이
극단적으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과연 어느 쪽 인물에 더 가까이 서 있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봉헌은 과연 어떤 것입니까?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들이실 정성이 담긴 예물입니까?
그저 마지 못해, 아까워하면서 툭 던져버리는 영혼 없는 봉헌입니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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