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왕 대축일
사랑의 임금이신 그리스도
[말씀]
■ 제1독서(2사무 5,1-3)
기원전 11세기 말엽 다윗은 이스라엘의 12지파를 규합한 통일 이스라엘 왕국을 이루어내며, 이로써 하느님의 백성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를 맞이한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다윗이 연 이 시대는 이후의 역사 속에서 궁극적 승리의 상징으로 머물게 된다. 그러나 이 승리가 지상에서의 제한된 승리가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완성될 영원한 승리,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이루실 승리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기나긴 영적 발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 제2독서(콜로 1,12-20)
바오로 사도에게 하느님 사랑의 승리의 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드러난 이 힘은 시작부터 창조의 세계를 꿰뚫는 힘이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신 그리스도는 “모든 피조물의 맏이시며,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다.” 그분은 또한 세상 종말까지 이어질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시는 분이다. 세상 만물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피로 말미암아 하느님과의 화해의 역사를 살아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 복음(루카 23,35ㄴ-43)
거의 2000년 전부터 거듭되어 온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에 대한 모든 논쟁은 죽음을 눈앞에 둔 십자가상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있는 루카 복음서에서 이미 그 출발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을 실패작으로 잘못 판단한 주위의 구경꾼들은 그분을 조롱하고 있으나,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 중에 있는 마음이 가난한 죄수 하나는 그분 안에서 하느님의 놀라운 자비의 힘을 고백함과 아울러, 그분이 완성하신 사랑의 왕국을 희망함으로써 왕국의 시민이 되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새김]
■ 하느님 나라, 어떤 나라일까? 하느님 나라는 임금이신 예수 그리스도, ‘만물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속하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시는 나라이며, 이 세상의 나라와는 달리 오로지 사랑 하나만으로 건설되는 나라이다. 성부의 뜻을 따라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쳐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성자께서 보여주셨던 바로 그 사랑, 세상과 인간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으로 건설되는 나라이다. 이 사랑으로 역사가 시작되었으니 똑같은 사랑으로 역사가 완성될 것이며, 그러기에 사랑 자체이신 그리스도는 시작이요 마침이시다!
■ 주님께서 친히 세우시는 하느님 나라 앞에서 우리와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의 사명은 무엇일까? 주님의 제자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는 분명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일꾼으로 초대된 사람들이다. 신앙의 한 해를 살면서 마냥 부족했던 우리 모두를 그래도 초대해 주시는 주님께 감사하며, 사랑 실천으로 임금이신 그리스도를 힘차게 고백할 때다. 우리의 작은 사랑 실천이 모여 위대한 하느님 나라 건설을 앞당길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부족했던 신앙의 한 해를 정리하는 가운데, 우선은 깊어만 가는 추위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도록 하자.
교우 여러분, 사랑 실천으로 임금이신 그리스도를 찬양하며 따라나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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