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0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0-11 조회수 : 700

정신이 깨끗해지면 육체도 깨끗해질까?  
 
 
조우성 변호사의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에 실린 사례입니다.
각종 부품을 제조하고 가공하는 세일정밀의 정태섭 사장의 이야기입니다.
세일정밀은 최근 몇 달간 극심한 자금난으로 곤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정 사장은 고민 끝에 자식 같은 사업 부문 하나를 넘겨서라도 운영자금을 마련해 세일정밀을 살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여러 차례 협상한 끝에 5억 원에 자동차 부품 제조 부문을 넘기기로 하는 사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정 사장은 이 일로 인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고소인은 세일정밀의 주주인 배중렬 씨였습니다.  
 
배 씨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자동차 부품 제조 부문은 세일정밀의 중요한 사업 부문 중 하나이므로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면 상법상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 사장은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 부문을 넘겨버렸으므로 상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표이사가 주주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알토란 같은 사업 부문을 팔아버린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합니다.  
 
정 사장은 당황했습니다. 사업 부문을 넘길 때 계약서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지,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더욱이 매각대금 5억 원은 전액 회사 운영에 사용되었습니다.
자신이 비록 상법상의 절차를 어겼다고는 하지만 회사에 손해를 입히기는커녕 오히려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했는데 업무상 배임이라니! 정 사장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늘 결국 재판받게 되었습니다.  
 
고소인 배 씨는 정 사장과 사회에서 알게 되어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로 세일정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5년 전에 2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세일정밀이 기대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하자 마음이 바뀌어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정 사장에게 요구했던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정 사장이 배 씨에게 투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습니다. 투자에 따른 손실은 어디까지나
투자자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하지만 정 사장은 도의적으로 미안한 마음에 빚을 내서라도 배 씨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의찮았습니다.  
 
배 씨는 사업양수도 대금 5억 원 중 일부를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주는 데 쓰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양수도 금액 전액을 회사를 살리는 데 사용하자 앙심을 품고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처럼 고소인의 의도는 불순했습니다.  
 
형사재판 제1차 공판 당일 조 변호사와 정 사장은 재판 시간인 11시보다 30분 앞서 법정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방청석에 앉아 먼저 진행되는 사건들을 지켜보았습니다.
한 사건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피고인은 23살 남자로, 유흥주점 아르바이트생인데 현재 구속 상태였습니다.
유흥주점에서 서빙하고 있었는데 손님들끼리 시비가 붙었습니다.
피고인은 싸움을 말리려다가 남자를 밀치게 되었는데 넘어진 손님이 이가 두 개 부러지고 찰과상을 입어 전치 6주 진단받았습니다. 
 
유흥주점 사장은 나 몰라라 발뺌했고 피고인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합의하지 못하는 모양이었습니다.
피고인은 2년 전에도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벌금 전과를 받은 적이 있어 이번에 합의를 하지 않으면 실형이 나올 상황이었습니다.  
 
판사가 피고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다가 국선변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이 사건 합의 안 됩니까? 피해자가 요구하는 합의금이 얼마입니까?” “천만 원입니다.”
“이때 한 어머니가 다리를 절뚝이며 판사 앞으로 걸어 나와 “판사님 제가 저 아이 엄마 되는 사람입니다.
남편이 오래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혼자 아이를 키웠습니다. 모아 놓은 돈이 전혀 없습니다.
저 애를 풀어만 주시면 저와 같이 열심히 일해서 어떻게든 합의금을 마련해보겠습니다.” 
 
아주머니는 눈물만 흘렸고 판사는 미련이 남는 듯 국선변호사를 쳐다보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검사는 징역 1년을 구형했고 선고일은 2주 후로 전해졌습니다.  
 
그때 정 사장은 변호사의 손을 붙잡고 “변호사님, 제가 돈을 준비할 테니 저 친구에게 도움이 되도록 힘을 좀 써주십시오.”
재판기록에 나와 있는 정 사장의 이력을 보니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처지에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는 정 사장에서 합의금을 받아 국선변호사에게 주었고 피해자와 합의하였습니다.
2주 후 아르바이트생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한 달 후 정 사장의 공판 기일이 돌아왔습니다. 주신문과 반대신문이 끝나고 나면 재판장인 판사의 간단한 보충 심문이 진행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재판장의 보충신문은 무려 한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재판장은 고소인이 자금을 돌려달라고 계속 요구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정 사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하고 수사기관에 여러 차례 진정서를 제출해 정 사장을 곤경에 빠뜨린 부분을 집요하게 추궁했습니다. 
 
재판 분위기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정 사장은 무죄로 선고받았습니다. 
며칠 뒤 변호사는 아르바이트생을 변호했던 국선변호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조 변호사님, 변호하신 사건 무죄판결을 받으셨던데 축하드립니다.
정 사장님이 제 의뢰인 합의금을 대신 내준 일을 판사님께 말씀드렸었는데….” 
 
그러고 보니 조 변호사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재판과정에서 판사가 정 사장을 바라보는 눈빛이
일반 피고인을 보는 것과는 약간 달라 보였습니다.
결국 정 사장의 선행이 돌고 돌아 정 사장 본인을 살린 셈입니다. 
 
정 사장의 광폭 오지랖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도와준 아르바이트생을 자신의 운전기사로 채용했고 그의 어머니를 단골식당의 보조직원으로 채용되도록 알선해 주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지금도 정 사장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각별하게 모신다고 합니다.  
 
조우성 변호사는 말합니다. 
“주역 공부를 오래 하신 어느 분의 말씀입니다. 타고난 운명을 바꾸는 확실한 방법의 하나는
주위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밥을 주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말을 걸어주는 것이죠. 
 
그분 말씀을 무조건 믿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할 뿐 세상 만물은 서로 얽혀서 돌아간다는 사실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실감하고 있습니다.
복을 짓는 사람은 언젠가는 그 복을 자신이 받고 악을 행하는 사람은 언젠가 그 악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통장에 몇 푼을 더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의 마일리지를 쌓는 것입니다.
때론 마법처럼 그 선의 기운이 인생을 바꿀지로 모를 일입니다.” 
 
몸이 깨끗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몸을 깨끗이 닦기만 하면 될까요?
그래봐야 속이 더럽혀지고 썩는다면 피부가 안 좋아져 결국 아무리 닦아도 더러운 몸이 됩니다.
반면 숙변을 제거하고 피를 맑게 하려고 노폐물을 빼내면 어떻게 될까요?
피부가 좋아져 온몸이 깨끗해집니다.  
 
저는 몸에 비누칠을 안 하고 샴푸도 쓰지 않고 스킨로션도 거의 바르지 않지만 더럽다는 말을 듣지는 않습니다.
먼저 속을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해서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루카 11,41)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서 손을 씻지 않으시고 식사하시는 것을 보며 속으로 비판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알고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몸이 아닌 영혼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영혼의 노폐물은 ‘탐욕’입니다.
돈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모든 죄가 나온다고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탐욕이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탐욕을 빼내면 외적으로도 죄 없는 사람으로 판단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육체를 닦는 것은 깨끗함의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영적으로 깨끗해지면 어쩌면 피부병도 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과 육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먼저 영적으로 깨끗한 우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러면 몸도 깨끗해질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