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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0-09 조회수 : 590

미사의 지향은 오로지 ‘이것’뿐이어야 합니다 
 
 
김성제 선교사는 악마의 섬이라 불리는 뿔로라는 필리핀 극빈자 촌에서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마약을 한다는 이곳, 살인과 강간이 판을 치고 평균 열네 살이면 아이를 낳게 된다는 이곳에서 김 선교사는 천국의 예배를 아이들과 만들고 있습니다.  
 
150여 명의 아이와 드리는 예배는 그야말로 눈물과 감사의 예배입니다.
헌금통이 없어서 탬버린에 동전을 넣지만, 아이들은 그 헌금이 자신들보다 더 가난한 이들에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한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우리 가족을 사랑하는 하느님께 감사드려요.
저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또 다른 아이는 말합니다. 
“저는 오늘 생일인데 집에 먹을 음식이 없어요. 그래도 교회에 나올 수 있어 하느님께 감사해요.” 
 
이런 눈물의 예배는 세 시간 정도가 드려지는데 천막을 치려면 두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시간이 짧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그 부족한 환경에서도 어째서 이런 감사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또 우리의 미사는 진정한 감사의 예배가 되어야 하는데 왜 감사의 눈물이 흐르지 않을까요?
이런 아이들처럼 감사하는 신자들과 미사를 하는 사제는 또 얼마나 행복할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열 명의 나병 환자들을 치유해 주십니다.
그들이 예수님께 치유를 청하는 믿음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이 구원에 이를 믿음에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하십니다.
다만 돌아와 당신께 감사를 드린 사마리아인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19) 
 
사실 주님께서 병을 고쳐주시는 것은 하나의 ‘미끼’입니다.
미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 잡히는 물고기가 되려면 바늘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아가 찔려서 피가 납니다.
그 피가 감사입니다. 
우리가 미끼만 원하고 낚싯바늘엔 찔리기는 원치 않으니 감사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서 나온 이야기 중 현수라는 청년이 수진이라는 아이를 유괴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아빠 친구라고 하여 유괴했던 수진이는 사실 아버지 친구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현수를 쫓아온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빠도 현수처럼 붕대를 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수는 일용 노동자였는데 손을 다쳐 일할 수 없게 되자 이런 일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수진이는 현수를 위해 대일밴드를 사 왔습니다.
이런 착한 아이를 유괴하려고 했던 자기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크게 뉘우치고 감사해합니다.  
 
수진이의 부모가 가진 재산은 하나의 미끼입니다. 현수는 이 미끼를 덥석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독이 있음을 몰랐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에 심장이 찔립니다.
그래서 눈물이 납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처지는 바뀐 게 없는데 그 사랑이 자신과 같은 가슴에도 와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때 자신의 처지는 낮아지고 사랑은 커집니다.
이때 나오는 감사가 진정한 예배입니다.
사랑을 믿은 감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체를 영합니다.
이는 나병이 낫는 것보다 더 큰 은혜입니다. 나병이 나아도 천국에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성체는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는 그분이 나를 낚는 낚싯바늘임을 알게 됩니다. 
 
나를 십자가에 못 박는 못이 되시는 것입니다. 그때 솟아 나오는 것이 감사입니다.
그때 가지게 된 것이 믿음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미사의 지향은 감사 외에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병을 치유해 주신 이유가 그것입니다.
자신을 치유해 주신 분이 인간을 찾아온 하느님임을 알면 그분께 치유되지 않았어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미사 때 감사만 나와야 구원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 안으로 들어오시는 분이 누구신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감사만이 우리를 구원합니다.
우리가 매일 영하는 성체는 악마의 섬과 같은 우리 마음에 찾아오신 하느님이십니다.
나에게 다가오신 분이 하느님이신 것 하나만으로 우리는 감사의 예배를 드릴 수 있습니다.
그때 믿음이 우리를 구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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