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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8-13 조회수 : 1043

마태오 19,13-15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시네 체라 (sine cera : 진실) 

 

 

어린 수도자들을 가르치던 수련자 수사님이 유난히 사랑하던 한 제자가 있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그것에 대해 질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자들에게 참새를 한 마리씩 주면서

“아무도 없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이 참새를 죽여와라!” 라는 숙제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자신의 참새를 가지고 산속으로 각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제자들은 자신이 죽인 참새를 가지고 스승에게 왔습니다.

그런데 해가 져도 한 제자만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밤이 되었는데 갑자기 산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더니 그 제자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손에는 참새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제자들은 참새를 죽이지 못하고 가져오는 제자를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스승은 그 제자에게 “왜 죽이지 못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 제자는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산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산속에는 나를 바라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었습니다.

동물들과 새들이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두워지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밤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다른 제자들도 스승이 왜 그 제자만 특히 사랑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항상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 이 아이는 하느님께 감출 것이 없기 때문에 그분과 더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출 것도 많아지고 그래서 두려움도 많아집니다.

제가 이번에 여름 신앙학교 가서 풀장의 더러운 물을 좀 마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치부 아이들과 초등학교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한 번에 대여섯 명씩 달려들어 제 머리를 짓누르고 덤벼들다보니

조금씩은 물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 때문에 너무 즐거웠습니다. 

 

신앙학교가 다 끝나고 그 아이들의 어머니들인 자모회 분들과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30-40대 자매님들임에도 불구하고 제 옆에 앉기를 꺼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더 편하게 다가와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부담스러워서 그러는지 다 제 자리부터 먼 곳에서부터 앉기 시작했고, 결국 늦게 오시는 분들이 그 벌로 제 옆자리를 차지해야 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잘 알지 못하는 선배 신부님들이 계시다면 먼저 그 분 옆자리에 가서 앉지는 못합니다.

부담스럽고 비위를 맞추어 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자신을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왜 어른들은 겁을 먹게 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도 편하게 다가오는 것일까요?

아마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친해지는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그냥 거리를 두는 관계를 선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그 안에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는 숨기고 있는 바로 거기 까지만 깊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 아이들이 달려들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예수님께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수님께 감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두려워 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아이들처럼 예수님께 달려들기 위해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합니다.

감출 것이 없어야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진실이라는 이 말은 라틴어로는 시네 체라(sine cera)에서 왔습니다.

이 말은 '밀초를 칠하지 않은' 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 말이 생기게 된 것은 고대 도자기 산업이 발달 하면서 생긴 단어 입니다. 

 

우리들이 보아도 값싼 도자기(옹기)는 두껍게 만들기 때문에 불에 구워낼 때에 금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값비싼 도자기는 얇게 만들고 가볍게 선명한 색깔을 넣습니다.

그러다보니 값비싼 도자기는 불에 구워내기 전이나 구워낸 후에 금이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정직한 도공은 이런 도자기는 깨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이런 도자기에 색소에다 딱딱한 밀초를 섞어 갈라진 틈을 메워 유약을 발라 상품으로 내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햇빛에 비추어 밀초를 메운 자국이 있나 없나를 확인 하였습니다.

그런 후 그런 자국이 없을 때 'sine cera'라는 글을 새겨놓았다고 합니다. 

 

나는 깨진 자신을 밀초로 메워 하느님과 사람 앞에 나서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솔직하게 내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어린이와 같이 된다는 것은 바로 ‘sine cera’란 증명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아 새겨진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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