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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8-11 조회수 : 1092

산 사람은 죽은 개를 걷어차지 않는다. 
 
 
1980년 '모이자 노래하자' 녹화장으로 선생님 한 분이 어린 제자를 데리고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이 말하길 “얘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 아이의 아버지는 천식으로 일을 할 수 없고, 어머니가 시장에서 장사하며 홀로 6남매를 키우고 있다, 수술 안 하면 죽는다, 아이 좀 살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진행자였던 이상용 씨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그렇게 하자, 알겠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서울대병원에 갔는데, 수술비가 1,800만 원이라는 말에 그는 기절할 뻔했습니다.
당시 열 평짜리 아파트값이 1,000만 원이었고, 이상용 씨는 650만 원짜리 전세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전셋값 세 배에 해당하는 수술비를 대겠다고 했으니 기절할 뻔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도 어린 시절 병약한 몸으로 태어나 생사를 넘나들었기에 그 아이의 비극이 남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미지 관리상 야간업소 출연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를 위해 야간업소 세 군데를 다니고 바자를 하고 돈도 빌려 결국 수술비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습니다. 수술받은 아이의 아버지가 감격해 방송에서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가 자기 아들을 무료로 수술해주었다는 것을 밝힌 것입니다.  
 
그러자 전국의 심장병 어린이 부모들이 우리 아이도 수술시켜 달라며 이상용의 집으로 몰려온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많은 아이를 돕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한국 어린이 보호회’를 만들어 한 명씩 수술해주기로 합니다.
그렇게 그는 사무실을 내고 16년 동안 567명의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었습니다.  
 
하지만 1996년 11월 4일 한 시사 프로에서 뽀빠이 이상용 씨의 충격적인 사건이 폭로됩니다.
뽀빠이 이상용 씨가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빌미로 국민의 성금을 가로채 벤츠를 타며 40억 호화주택에 산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는 심장병 어린이를 돕던 의인에서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희대의 파렴치범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가 이미지가 좋았을 때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체질적으로 정치를 싫어하는 성격이었고, 교황님과도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터였습니다.
교황님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사흘 동안 이상용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검은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당시 엄청난 힘을 자랑하던 정치인이 그에게 고향 대전에서 출마해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상용은 단번에 거절하였습니다.
그러자 정치인들이 이상용에게 보복한 것입니다.  
 
어느 날 우정의 무대 녹화를 끝내고 돌아오니 세상이 발칵 뒤집힌 것입니다.
사실 1996년 당시 이상용은 20년 된 지프차를 타고 사는 집은 융자금이 막 상환된 상태였고
당시까지 수술받은 567명의 수술비는 거의 이상용 씨의 돈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이상용 씨는 집 밖을 못 나갔고 우정의 무대는 폐지되었으며 수술을 기다리던 어린이들은 수술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대전역에서 우리 아들은 그렇지 않다고 프린트물을 돌리던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사망하였고 이상용 씨는 왼쪽 눈이 실명되었습니다.
당시 권력 기관들이 총동원되어 ‘심장병 어린이 재단’을 탈탈 털었지만 이상용의 공금횡령은
전혀 없었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문제는 이 무혐의 처분에 대해 보도한 언론사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뽀빠이 이상용이 형무소에서 복역하고 나왔기 때문에 활동을 못 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후에 이상용 씨는 김수환 추기경의 조언대로 수중에 남은 돈 20만 원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관광 가이드를 하며 딸을 시집보내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농사를 지으며 살았습니다.
당시 그의 일당은 3만 원이었고 가장으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CD를 만들고는 휴게소 화장실 앞에서 직접 팔았으며 즉석 공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계에 큰 보탬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춘천 MBC 사장 유수열 씨가 “상용아, 와라. 나는 너 안다”라며 ‘강원 매거진’을 통해 이상용은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철처: ‘뽀빠이 이상용 거짓 인성 논란?’, 유튜브 채널, ‘트롯 뉴스’] 
 
미움은 죽은 놈이 산 사람을 때리며 자신도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려는 행위입니다.
산 사람은 죽은 개를 걷어차지 않습니다.
이상용 씨가 그렇게 맞은 것은 살았기 때문입니다.
산 사람을 때려서 자신도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기에 죽은 사람입니다.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리고 우리라면 용서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 이상용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집은 20명, 건강은 80평, 행복은 150평에 사는 사람입니다.” 
 
아마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용서했을 것입니다.
그 용서는 인간의 힘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우리도 용서받았다는 믿음으로 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할 것인지 용서하지 않을 것인지는 내 힘으로 살 건지 다른 누군가의 덕으로 살 것인지의 결단에 달려있습니다.
내 힘으로 용서하려고 하는 것은 내 힘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형제를 용서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힘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빚을 탕감해 준 임금 덕분으로 산다는 것을 깜빡 잊었습니다.
그러니 임금도 더는 그 사람에게 자신 덕분으로 살게 하지 않습니다.
용서는 우리를 용서해주신 하느님 덕분으로 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신부님이 강론하다가 신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여기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 있으면 손 들어보세요.”
순간 성당은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한 원로 신자분이 손을 드셨습니다.
신부님은 “여러분, 저분의 신앙을 본받아야 합니다”라고 하며 박수를 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물었습니다. 
“어떻게 모든 이를 용서하실 수 있으셨죠?”
그러자 그분이 대답했습니다. 
“어, 원래 미운 인간들이 있었는데 먼저 다 죽었어….” 
 
죽음이란 것을 통해 이 신자분은 미운 인간을 묻어버리셨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없다면 이것도 안 됩니다.  
 
어떤 신자분이 고해성사를 보셨습니다. 
“저는 시어머니가 미워 죽겠어요. 시집올 때부터 저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으셨어요.”
사제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용서하시겠지?’라는 생각으로 그 자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그 자매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 3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이 두 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한 분은 미운 사람을 죽음이라는 것으로 묻어버렸고, 한 사람은 죽음으로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하느님 덕분으로 산다면 이미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미워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덕분으로 부활합니다.
이것은 나의 능력이 아닙니다.
죽음 이후에는 하느님 자비에 맡겨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탕감해 준 1만 탈렌트입니다.
이 1만 탈렌트에 100데나리온을 묻어버릴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아직 1만 탈렌트를 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구원된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말은 내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1만 탈렌트로 산 사람은 죽은 개를 걷어차지 않습니다.
1만 탈렌트는 우리를 하느님 자녀가 되게 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산 사람이 되게 합니다.
같이 구원받은 사람은 나에게 잘못하지 않을 것이니 미워할 이유가 없고, 구원되지 못한 사람은 죽은 개에 불과하니 굳이 걷어찰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내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말은 아직 1만 탈렌트를 탕감받지 못했음을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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