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5,20ㄴ-26
화가 멈추는 때: 나쁜 놈이 아니라 아픈 놈으로 보일 때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조사 결과 한국 성인의 50%가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고 이 중 10%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결과를 내어놓았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분노 조절을 잘 못 하는 나라가 되었을까요? 대부분은 부모 때문입니다.
‘응답하라 1988’ 중에 언니랑 생일이 3일 차이라 매번 언니 생일날 생일파티 하는 덕선이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언니가 불은 케이크 초를 덕선이 나이만큼 빼고 다시 초를 붙이려 합니다.
케이크값을 아끼려는 부모의 마음이고 부모는 아이가 이 정도는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덕선이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신만 무시한다고 분노합니다.
이때 부모의 반응은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분노에 분노로 맞대응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다면 아이는 더는 부모에게 마음을 터놓지 않을 것입니다. 분노를 삭이다가 누군가에게 터뜨릴 것입니다.
사흘이 지난 뒤 덕선의 아버지는 케이크를 사서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짜잔, 우리 딸 언제 이래 커버렸을까? 허허. 아빠가 미안하다. 잘 몰라서 그래.
이 아빠가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디. 그니까 우리 딸이 쪼까 봐죠, 응?”
이때 덕선의 표정은 다시는 부모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는 표정입니다.
그리고 정말 화를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부모가 화를 내니까 자녀가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먼저 화가 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울까요?
오늘 복음에 따르면 화를 안 내려는 사람은 바리사이에 속하고 화가 안 나게 하려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제자에 속합니다.
예수님은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사람은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마태 20,22)
아예 형제들에게 원망을 품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 상태에서 제물을 드리고 성체를 영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 20,23-24)
하지만 살다 보면 어떻게 화가 날 일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화가 나는 원인이 ‘나의 이익’ 때문임을 안다면 화가 덜 날 것입니다.
화를 내는 이유가 정말 상대를 사랑해서일까요, 아니면 손해를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화를 내지 말라는 이유는 화 자체가 이기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기적이면 상대도 그런 사람으로 보여 화가 나는 것입니다.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도 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나쁜 놈이 아니라 아픈 놈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의사라는 믿음을 가지는 시간이 ‘기도’입니다.
기도하면 이제 ‘나 어떻게’에서 ‘너 어떻게’로 건너갑니다.
왜냐하면 성령께서 사랑을 내 안에 부어주시기 때문입니다(로마 5,5 참조).
의사가 아픈 사람을 보고 화를 내는 일은 없습니다.
만약 화를 낸다고 한다면 그건 상대가 더 나빠져서 자기 명예에 손해를 끼칠까 봐 그런 것입니다. 사랑하면 상대가 ‘아픈 놈’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화가 안 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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