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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1-24 조회수 : 1421
1월24일 [연중 제3주간 월요일] 
 
마르코 3,22-30
 
자아를 죽여야 함을 아는 사람은 성령을 모독할 수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그들이 신성을 모독하는 어떠한 말도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는데, 그 힘이 바로 악령의 우두머리에게서 나온다고 그분의 적대자들이 말했기 때문입니다. 
 
성령과 악령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성령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왜 성령을 원하지 않을까요? 성령께서 하시는 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 안에서 성령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 자신을 죽이는 일입니다.
솔로몬에 성전에서 제물을 바칠 때 하늘에서 불이 떨어졌는데 그 불이 성령의 상징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죽이러 오십니다.
그러나 죽기 싫은 사람은 그 합리화를 성령이 나쁜 영이라고 말해버리는 것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서는 이전에 스파이더맨이 싸워야 했던 많은 악당이 등장합니다.
그 이유는 다원 우주라는 개념에서 오는데,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존재하던 같은 악당들이 지구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로 자신의 지인들에게까지 어려움이 닥치는 것을 보고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마법사를 찾아가 자신을 아는 사람들의 기억을 다 지워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이 마법이 잘못되어 다른 차원의 지구에 존재하던 악당들이 지구로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지구로 들어온 다른 우주의 악당들은 지구에서 얻는 엄청난 힘에 만족해하며 다시 자신의 지구로 돌아가려 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스파이더맨과 싸우다가 죽을 운명임을 알았고, 여기 지구에서 함께 힘을 합치면 지금의 스파이더맨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의 지구로 돌아가면 그들이 다 죽는다는 것을 아는 스파이더맨은 그들이 비록 악당이지만 돌려보낼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슈트를 만들었던 기계를 통해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들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파이더맨은 그들의 운명을 바꿔보려 그들을 집으로 데려가 치료제를 만듭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잃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스파이더맨의 큰어머니가 사망합니다.
도와주려고 했는데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분을 잃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큰어머니의 죽음을 무의미하게 하지 않는 방법은 보복하는 것보다는 그들을 치료해주는 것이라 믿고 결국은 그들 모두를 치료하는 데 성공합니다. 
 
악당들이 거부했던 것은 치료제입니다. 
자신들이 갖게 된 힘을 잃어가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힘을 지니고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은 웃기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대부분 영화에 다 이 그리스도 십자가 희생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사랑의 힘을 믿는 것입니다.
메이 큰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그 악당들을 죽여버려도 시원치 않지만 그는 그 죽음을 통해 치료제를 완성합니다.
스파이더맨이 그리스도라면 그 치료제는 십자가에서 흘리는 그리스도의 피, 곧 성령입니다.
 
성령을 거부함은 자신의 힘을 잃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힘을 버리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들을 본래의 세상으로 보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 4월 29일, 독일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총기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에르푸르트라는 도시의 구텐베르크 김나지움(10~19세 학생들이 다니는 인문계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 앙심을 품은 한 학생이 교사 열두 명과 여학생 두 명 등 총 열여섯 명을 죽인 사건입니다.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떨어진 로베르트(19세)는 기말시험을 치르지 않기 위해 가짜 진단서를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발각되어 퇴학 처리되었고, 그는 이 모든 것이 교사들 때문이라 여겨 복수심에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그가 교사들에게 총을 쏘는 동안 누구도 그를 저지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한 교사가 나섰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총을 난사하는 그 앞에 60세의 라이너 하이제 교사는 복면을 쓴 그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차분히 복면을 벗겼습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이 가르친 학생 로베르트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로베르트, 이게 무슨 짓이냐!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그리고 하이제 교사는 자신의 가슴을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총을 쏘고 싶으면 쏴라. 내 눈을 보고 방아쇠를 당겨보란 말이다.”
 
로베르트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선생님. 오늘은 실컷 쐈습니다. 
이제 재미가 없네요.”
 
로베르트는 순순히 총을 내려놓았고 라이너 교사는 그를 빈 교실에 밀어 넣고 문을 잠갔습니다.
잠시 후 로베르트는 교실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출처: 『어떻게 살 것인가』, 이충호, 하늘아래]
 
하이제 교사의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 성령입니다. 성령은 그 사람의 죽음과 함께 피와 섞여 나옵니다.
악마가 아니라면 그 성령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자신의 잘못을 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게 하고 그렇게 우리 자신을 죽입니다.
 
이 성령의 힘에 저항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악마가 된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로베르트도 그 성령의 힘에 압도당하여 더는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치료제가 바로 그리스도의 옆구리로부터 나오는 피와 물입니다. 
 
이제 우리는 성령을 모독하는 이는 이미 사탄이 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가리옷 유다가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나오는 성령의 자비를 거부하며 스스로 더 먼 곳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그곳이 지옥입니다. 
지옥이 없다고 말하는 자도 성령을 모독하는 자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곳으로부터 빼내 오기 위해 흘린 하느님의 피가 성령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을 지옥으로 이끄는 것이 우리 자신임을 믿읍시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죽지 않으면 그분께 순종할 수 없고 치료될 수 없음을 믿읍시다.
그러면 적어도 성령은 모독하지 않습니다.
 
지옥이 있음을 믿어야 하고 그 지옥으로 내려보내는 것이 다름 아닌 성령께서 죽이러 오시는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성령을 모독하는 자가 됩니다.
그 끝은 끔찍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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