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서랍 정리를 했습니다. 미루고 미뤘던 정리였습니다. 하나씩 꺼내 보며 필요한 것도 또 반대로 필요 없는 것도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서랍 깊숙한 곳에서 너무 좋은 펜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마음에 무척 들어서 아껴 쓰려고 서랍 속에 잘 두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끼는 마음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 보니 아예 사용도 못 한 것입니다.
작년에 모친상을 치르고 형제들과 유품을 정리하다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이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본인은 아주 낡은 이불을 덮으시면서, 이 새 이불을 아끼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낀 새 이불은 제 용도를 다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의 것을 아끼다가 후회할 수 있습니다.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용을 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는 그 아낀다고 해도 이 세상의 것은 하느님 나라에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생명보다 중요한 것처럼 아껴서는 안 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이기에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노아 시대의 대홍수가 다시 일어나고, 롯 시대에 있었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 이 땅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또한 하나는 데려가고, 또 다른 하나는 버려둘 것이라고도 말씀하시지요.
이 사실을 당시의 사람들이 몰랐을까요? 당연히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라고 하십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가 꾀는 자연의 이치와 같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이치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당연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주님을 굳건히 믿고, 주님의 말씀으로 자신에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겸손하게 이웃에 봉사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 주시기 위해 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주님께로 가까이 가고자 하는 항구한 삶을 살아갈 때, 세상 끝날이 와도 두렵지 않을 뿐 아니라 세상의 종말이 언제일까 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언제 어느 때에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말씀으로 자신을 새롭게 추스르고,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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