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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11-03 조회수 : 1601

변하려면 내 안에서 나를 미워할 용기를 주는 대상을 찾으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려면 부모와 형제,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은 소유와 공존할 수 없습니다.
소유한다는 말 자체가 상대를 물건 취급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소유하는 모든 것은 나의 생존을 위함입니다.
결국, 나에게 먹혀 피를 흘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미워한다.’라는 말은 ‘소유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버려야 하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은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그리고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당신 제자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자기 목숨을 소유하지 않고 흘려버린다는 무슨 뜻일까요? 매일 자신을 죽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내 안에 나를 다시 살릴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 태어날 수 없습니다.
새로 태어날 수 없으면 매일 입는 상처 때문에 점점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여러 극단적인 상담 사례를 담은 『벼랑 끝, 상담』에서 ‘명상최면치료’로 정상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환자들을 치료한 사례들이 나옵니다.
오늘은 두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살펴보고 그 방법이 오늘 복음과 일치하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아빠의 성추행으로 인한 불안증과 남자혐오’라는 사례는 짐승 같은 아버지를 둔 딸의 치료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불안증에 시달리는 딸을 데리고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딸 뒤에서 머리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딸이 머리가 돌았다는 동작을 했습니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난 원장은 어머니를 나무랐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딸을 미쳤다고 보고 있는 어머니에게 분노가 치솟은 것입니다.
 
원장의 추궁에 아버지도 딸에게 지금까지 해 온 짓들을 인정하고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이 트라우마로 인한 증상, 곧 샤워를 두 시간을 하며 살갗이 벗겨지도록 몸을 닦는 강박증과 지하철에서 남자의 몸이 스치는 것조차 극도로 두려워하는 남성 혐오증상을 해결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자신의 처지를 안다고 사람이 변화되지 않습니다. 변화될 힘을 외부로부터 받아야 합니다.
최고야 원장은 이것을 ‘명상최면치료’라는 것으로 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명상최면의 상태로 몰입하게 하여 추행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나’를 들여보내
그녀에게서 아빠를 떼어내고 상처 입은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주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과거의 나를 놓아주고 새로운 나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어야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상처는 ‘나’에 새겨지기 때문에 ‘나’가 버려지지 않으면 그 나는 그 상처에 매몰됩니다. 
 
두 시간 샤워하는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나’를 명상최면으로 들여보내 샤워하고 있는 자신을 위로해주고 안아주고 용기를 주며 데리고 나옵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한 구원자입니다.
이것은 이전의 나를 ‘또 다른 나’로 변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이전의 나로부터 죽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게 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치료과정을 계속 한 내담자는 이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결혼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다음 사례는 ‘공황장애로 밖을 나가지 못하는 남편’입니다.
갑자기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두문불출하는 남편 때문에
아내가 대신 찾아온 것입니다. 
 
최 원장은 간신히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실로 찾아오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명상최면으로 과거로 내려갔더니 아버지와 즐겁게 미꾸라지를 잡던 일을 가장 먼저 기억했습니다.
그렇게 존경하고 사랑하던 아버지는 중학교 1학년 때 아들이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여 돌아가셨습니다.
 
이 남자에게도 아들이 태어났고 자신도 아버지처럼 죽을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아들에 대한 감정도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는 없었습니다.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아빠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일으킨 장본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에게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떼어놓는 가장 두려운 사건이었습니다. 
 
최 원장은 명상치료를 통해 아버지를 소환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천국에 가시면서 아들에게 항상 함께 있어 주겠고 아빠는 좋은 곳으로 가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 준 것입니다.
내담자는 이 명상을 하며 눈물을 흘리며 아빠를 보내주었습니다.
아빠 말을 믿었고, 결국엔 치료에 성공하여 다시 취직하고 아들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명상최면치료’의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자신이 트라우마를 자신의 힘으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 용기와 믿음을 주어 극복하게 해 줄 누군가를 명상 안으로 넣어서 새로운 믿음을 가지게 하는 방식입니다.
사람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니면 믿지 않습니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자신을 새로 태어나게 해 줄 대상이 아버지입니다.
내담자는 아버지를 가장 사랑했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것은 믿음을 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례에서는 아버지도 엄마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고 자신에게 무관심했기에 결국 자기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상, 곧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또 다른 자기 자신은 지금의 자신과는 상당히 다른 자신 있는 대상입니다.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해 주는 대상은 지금의 나가 될 수 없습니다.
태어나려면 부모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부모는 사랑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 한 대상만 있으면 나는 상처받은 이전의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창조자이시고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는 힘이십니다.
매일 잠들기 전에 그리스도께서 상처받은 나를 안아주시는 생각을 하며 ‘괜찮아. 내일은 새로운 너로 살면 돼!’ 라는 명상을 한다면 분명 어제 일 때문에 이불을 차며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탈피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살을 계속 치유하고 재생하느니 차라리 벗겨버리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인간도 끊임없이 상처를 받습니다.
상처받는 대상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리고 매번 그것을 찾아서 치유하며 살아가기 힘이 듭니다.
그러면 이전의 나를 벗어버리는 게 상책입니다.
 
이것이 나를 미워하는 방식입니다.
나를 미워하면 모두를 미워할 수 있습니다.
흘려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에 나를 재생시킬 대상과 힘이 존재함을 믿어야 합니다.
그분이 성체로 매일 내 안에 들어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나를 생겨나게 하셨기에 오늘 밤에도 나를 탈피시키고 새로 태어나게 해 주실 수 있으십니다. 
 
과거의 나로부터 영향받으며 살지 맙시다.
그러면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좋은 것만 남기고 과거의 나에게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과거의 내가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길뿐입니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나 자신을 내 안의 그리스도에게 봉헌하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게 해 주시도록 청합시다.
 
우린 분명 그리스도처럼 변할 수 있습니다.
이 믿음의 과정이 ‘기도’입니다.
매일 이런 과정을 거치면 명상최면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새로 태어남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함으로써 매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아니 매일 더 그리스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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