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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8-13 조회수 : 1551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는 대통령으로 있을 때는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소리도 들을 정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퇴임 후의 왕성한 활동 특히 국제적 분쟁 조정과 인권 신장에 공을 세워 노벨 평화상까지 받게 됩니다. 그리고 부부 관계의 모범은 많은 이의 존경과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몇 년 전의 결혼 70주년을 맞은 해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결혼 초기에 서로의 공간을 허용하기로 약속했어요. 아내에게는 그녀만의 생각, 목표가 있죠. 어떤 부분은 나와 다릅니다. 나는 아내가 자기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 부부로 함께 잘 살아가는 비결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이가 개인의 영역을 없애고 ‘우리’의 영역만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만들려고 하는 개인의 영역을 철저하게 부수려고 하고, 이를 위해 커다란 싸움까지도 불사합니다.

실제로 ‘우리’의 영역보다 ‘나’의 영역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너’의 영역을 인정할 때, ‘나’라는 개인 고유의 영역이 존중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함께 할 수 있게 됩니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라며 이혼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이혼’이었습니다. 사실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혼인을 해소하는 법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혀 갖지 못했고, 그래서 아내의 영역을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만 있으면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뿐입니다.

이런 이기적인 마음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말씀도 하지 않고, 또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합니다. 주님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영역 안에 주님의 영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것입니다.

각자 서로의 영역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둘이 아니라 한 몸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애초의 존엄성을 복구하는 오늘의 가르침을 기억하면서,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면서 함께 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올바른 사랑.

지금이야 단 한 명도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저를 좋다고 쫓아다니는 분이 있었습니다. 콩깍지가 낀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 볼 게 뭐가 있다고 말이지요. 지금이야 이렇게 웃어넘기지만, 솔직히 당시에는 매우 심각했습니다.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계셨고, 계속 전화해서 힘들게 했습니다. 이분은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는 진짜 사랑이 아니라 집착일 뿐입니다. 사랑이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도 잘못된 사랑을 하곤 합니다. 아이에게 자기 뜻을 강요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요.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올바른 사랑을 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상대방에게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세상의 기준이 아닌, 주님의 기준만이 올바른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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