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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6-22 조회수 : 2427

세계적인 부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롤모델로 알려진 인물이 있습니다. ‘척 피니’(찰스 F. 피니)입니다. 그런데 그는 미국의 한 경제지에 ‘돈만 아는 억만장자’ 1위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즉,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비난받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부자면서도 부인과 샌프란시스코의 자그마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가 차고 있는 시계는 14,000원짜리 플라스틱 시계이며, 자동차도 집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이면지를 쓰라고 했고, 소송에 휘말렸을 때 변호사 수임료마저 깎으려 했으며, 경제인 모임을 가면 계산하지 않으려고 일찍 자리를 뜨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사니 구두쇠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러던 중 1997년 그가 운영하는 DFS면세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정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회계장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15년 동안 2,900회 지출된 금액은 무려 40억 달러(4조 4천억 원)였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재산을 빼돌렸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곧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모두 기부한 것이었습니다. 악랄하게 돈을 벌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었던 것입니다.


그의 돈은 모두 가치 있는 곳에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돈을 사랑했고 늘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돈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자신을 쫓아올 수 있도록 산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죽어서 하는 기부 보다 살아서 하는 기부가 더욱 즐겁다.”


이런 삶이 과연 쉽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자신의 안일함을 먼저 챙기면서 살아갑니다. 돈을 가치 있는 곳에 쓰기보다는 나를 위해 쓰는데 먼저 생각합니다. 이렇게 남들이 가지 않는 가치 있는 길을 향해 가는 사람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아닐까요?


이 좁은 문은 생명으로 이끄는 문이라고 하십니다. 이 문은 너무나 좁고, 이 문으로 가는 길은 비좁아서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좁고 비좁아도 이 길을 걸어가서 좁은 문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처럼’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자신의 사랑 실천 그 자체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보면서 많은 사람이 가는 넓은 문으로 또 널찍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 길을 예수님께서는 ‘멸망으로 이끄는 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길로 또 어떤 문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보통의 ‘남들’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나’처럼 살아야 합니다. 특히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말이지요.


죽음은 편안하지 않다


미의 상징으로 불리는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의 함대는 옥타비아누스의 로마 해군에 대패하게 됩니다. 이제 죽음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양한 독약의 효능을 시험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통 없이 아름다운 얼굴을 유지한 채 생을 마감할 수 있을지를 사형수와 노예를 시험 대상으로 삼아서 인체 실험을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맹독성 코브라를 선택합니다. 사형수와 노예를 시험해 보니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황홀한 표징을 짓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 역시 맹독성 코브라에 물려 사망합니다.


클레오파트라는 과연 고통 없이 생을 마감했을까요? 현대 의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코브라의 신경독은 물리는 즉시 눈꺼풀 등의 얼굴 근육에 이상이 생기게 해서 몽롱하게 졸린 듯한 표정을 짓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속이 울렁거리고 극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고통스러운데도, 근육이 마비되어 어떤 표정도 지을 수도 없고 말도 할 수 없고 고통으로 몸부림칠 수도 없어 최고의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죽음도 편안하지 않습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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