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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1일 -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6-11 조회수 : 3091

예수님 마음 : 다 주고도 미안한 마음
 
오늘은 ‘예수 성심 대축일’이기도 하고 ‘사제 성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십자가의 예수님을 창으로 찔렀을 때 ‘피와 물’이 나왔다는 내용입니다.
피와 물은 성사를 상징합니다.
아담의 갈비뼈와도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만드셨듯이, 아버지께서 그리스도의 피와 물로 자녀인 교회를 창조하셨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심장에서 나온 피와 물은 온유하고 겸손하신 부모님의 마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튜브 동영상 ‘하늘 같은 든든함, 아버지’를 보면 ‘예수님의 마음이 이런 아버지들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린 자녀들을 둔 아버지들에게 자녀에 대해 질문하는 설문지를 작성하게 합니다. 
자녀의 사진은 얼마나 가지고 있고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몇 번이나 하고, 자는 모습을 지켜본 적은 있느냐는 등의 질문입니다.
 
아버지들은 입에 미소를 머금고 설문지에 답합니다.
그러다 질문이 이젠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는 것으로 바뀝니다.
같은 질문인데 자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에 대해서는 너무 무심했다는 미안함에 사로잡힙니다. 
 
이때 미리 녹화해 놓았던 그들 아버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버지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항상 미안하죠. 항상 미안해요. 잘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그게 부모 마음 아닐까요?”
 
“너에게 해 준 게 얼만데!”라는 마음은 분명 참사랑에서 나온 내어줌이 아닌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입니다. 
미안해하는 부모님에게 관심을 두지 못했던 것에 대한 또 미안함을 느끼는 자녀.
이것이 예수님의 마음과 교회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다 주면서도 미안해할까요?
그 이유는 그들도 당신들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도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것을 주시는 것입니다. 먼저 받지 못한다면 내어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도 많이 받은 것에 대해 덜 내어준 것 같아서 미안한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님 마음, 예수님 마음은 이미 받은 것에 대한 감사에서 시작됩니다.
나에게 모든 것을 주신 분께 감사할 수 있을 때 예수님 마음을 닮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거저 받은 것입니다.
이것을 알 때 예수님 마음을 닮은 사제,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OBS TV’의 ‘멜로다큐 가족’, ‘미안하다, 보고 싶구나’에서 한 아버지가 나옵니다. 
딸 둘과 늦둥이 쌍둥이 아들 둘이 있었는데 그만 한 아들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버지는 조그마한 카센터를 운영하는데 출근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평택에서 매일 새벽 충주에 있는 아들의 산소에 음식을 싸서 옵니다.
음식을 차려놓고 “그때 잘 해 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라며 웁니다.
그러며 그는 말합니다. 
“아들 묘 없었다면 못 살았을 겁니다.”
 
남은 한 명의 아들은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면 숨었다고 합니다. 워낙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무서웠던 아버지가 사실은 다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그런 사랑 가득한 분이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왜 그리 아들에게 다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요? 아마 잘은 모르지만, 본인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그의 부모로부터 받았던 것에 비해 자신은 덜 주고 있다는 죄송함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사제로서 예수님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부모님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도 너희를 굶긴 적은 없었다.”
 
넉넉한 집안에서 자랐다면 이 말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김치도 없이 맨밥을 물 말아 먹은 적도 있고 며칠 동안 계속 라면만 먹어야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우리 앞에서 하실 수 있는 유일하게 마음이 편한 말씀이신 것이고 평생 이것을 위해 살아오셨음을 느끼게 하는 말씀입니다.
물론 언제나 미안해하시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매일 강론을 쓰며 신자들에게 양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저는 자녀를 잃어 더는 무언가 줄 수 없는 위 아버지처럼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플 것입니다.
어쩌면 저는 그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매일 강론을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하늘나라에서 적어도 어머니께서 하신 이 말은 하고 싶습니다.
그런 말도 할 수 없다면 매우 후회될 것입니다. 
 
전에 ‘판타스틱 듀오 2’에서 가수 ‘바다’ 씨는 인순이 씨와 함께 아버지에 관한 노래를 부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두 가톨릭 신자입니다. 
특별히 바다 씨는 S.E.S.로 데뷔해서도 1년은 추워도 찬물로만 샤워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힘들게 키운 부모님께 대한 죄송함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밤무대를 전전해야 했던 아버지, 학비가 없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던 어머니가
아직도 찬물로 샤워하는데 자신만 따듯한 물로 샤워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 따듯한 물이 나오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드리고서야 자신도 따듯한 물로 샤워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받은 것만큼 다 주지 않으면 편안할 수 없는 마음, 사랑을 받은 사람의 마음은 이런 것 같습니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기에 그 사랑만큼 내가 내어주지 못하면 후회막급일 것입니다. 
하물며 하느님으로부터 아드님의 생명을 받은 우리들이야 어떻겠습니까? 
 
우리의 생명을 이웃에게 내어주지 않고서는 하늘나라에 가서도 잠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가진 것을 다 내어놓고도 그래도 받은 것에 비해 너무 조금 내어놓은 것에 대한 미안함.
이것이 예수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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