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2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2-25 조회수 : 3004

2월 25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 
 
복음: 마태오 7,7-12
 
막힌 기도, 뚫린 기도, 흐르는 기도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산상설교 말씀 중, 청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두드리면 열리리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 황금률이 따릅니다.
황금률은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입니다.
 
청하라고 하면서 주라고 하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나 이는 청하는 것이 막히지 않고 흐르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흐르지 않으면 막힌 것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은총이 흐르기를 원하시지 고여서 쓸모없게 되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이영숙 베드로 수녀님이 부산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새벽이 되면 성당 문을 수녀님이 열어야 했는데 일주일 전부터 한 남자가 문 앞에서 서성였습니다.
그날도 조심스레 문을 여는데 그 남자가 다가왔고 수녀님은 조금 두려웠지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남자는 성모상 앞에서 기도해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남자는 10남매를 둔 가장이었습니다.
 
시장에서 채소와 전기밥솥 등 돈 될 것은 다 가져다 파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뇌종양으로 6개월밖에 못 산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신자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기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매일같이 그렇게 기도하는 형제에게 수녀님은 미사에도 한 번 참석해보라고 권했습니다.
그 형제는 그래도 되느냐며 미사에 참례하고 미사가 끝나자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내와 10남매 모두 예비자 교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6개월을 받아야 했지만, 사정상 3개월 만에 세례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날부터 형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저녁기도와 십자가의 길을 매일 와서 바쳤습니다.
 
세례 예식을 앞두고 미사 예물에 대해 말할 때 그 형제는 아내와 함께 가게에서 그날 하루 버는 돈을 다 바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비싼 전기밥솥이 팔려버린 것입니다.
그것은 쌀과 연탄 등을 살 수 있는 큰돈이었습니다.
 
아내는 수녀님이 조금만 바치라고 하셨으니까 1/3만 바치자고 제안했고 형제도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아내가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아내가 꿈에서 보따리를 들고 가는데 어떤 여자가 자꾸 그 보따리 내놓으라고 쫓아왔고 안 주려고 도망치다 낭떠러지 앞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아내는 아무래도 그 돈이 자신들의 것이 아닌 것 같다며 다 봉헌하자고 했습니다.
 
가정 사정을 잘 아는데 너무 큰돈을 가져온 수녀님은
그중 1/10만 떼서 받고 다시 돌려주려 했지만, 그들은 받지 않으려 했고 본당 신부님이 막아섰습니다.
 
신부님은 돈으로 되돌려주면 안 받으니까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주라고 했고, 그들은 생필품과 중학생이 되는 아이의 등록금까지 본인들이 낸 것보다 두 배 이상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세례 당일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 형제가 양형 성체를 할 때 그 입속으로 환한 빛이 들어가는 것이 사진에 찍힌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뇌종양이 치유되었고 모든 아이를 다 키울 때까지 이후 20년을 더 살았습니다.
 
그 사진은 아직 신앙이 오래되지 않은 형제에게 교만함을 줄까 봐 신부님과 수녀님만 가지고 예비자 교리 때마다 성체 신심을 가지도록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출처: 『내 가슴에 살아있는 선물』, 이영숙 베드로 수녀, 비움] 
 
 
기도는 3단계로 나뉠 수 있겠습니다.
첫째 단계는 위 형제가 신자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막힌 기도’의 단계입니다.
어머니라고 고백할 수 없으며 어머니께 기도하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뚫린 기도’의 단계입니다.
세례를 받아 죄를 용서받고 올바른 관계로 기도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기도의 응답이 오는 단계는 ‘흐르는 기도’의 단계입니다.
나에게 오는 은총을 나만을 위함이 아니라 흘려보낼 줄 아는 단계입니다.
 
위 형제는 하느님께 자신의 것을 봉헌함으로써 자신의 은총이 흐르게 하였습니다.
이때 주님께서 치유의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누가 나의 소중한 것이 한 사람에게 막혀 썩어버리는 것을 원하겠습니까?
마치 층계로 된 논에 물을 대는 지주와 같이 그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기를 원하는 하인의 논으로 물줄기를 내는 것처럼 주님도 더 많은 당신 백성에게 은총이 흐르기를 원하십니다.
따라서 받고 싶으면 내어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먼저 내어놓을 수 없다면 누구에게 내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주님은 은총을 주시기 전에 먼저 봉헌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선악과나무, 즉 십일조를 바치는 중요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흐르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청합시다.
 
그러면 빵을 청하는데 돌을 주실 리 없고 생선을 청하는데 뱀을 주실 리 없습니다.
그러므로 남이 우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우리도 남에게 해 줍시다.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해 주시기를 바라는 그대로 내가 먼저 주님께 그렇게 해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흐르는 기도가 되고 모든 청을 들어주실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