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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2-17 조회수 : 3034
2월 17일 [재의 수요일] 
 
복음: 마태오 6,1-6.16-18 
 
혼자 있을 때 충전되는 사람, 사람 만나며 충전되는 사람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절이 시작하는 날입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며 머리에 재를 얹습니다.
우리 생의 목적지는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늘나라임을 상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 세상 것에 집착하게 만드는 세 욕구를 끊을 것을 결심합니다.
그 방법으로 사순절에는 ‘자선-단식-기도’를 권장합니다.
‘세속-육신-마귀’를 끊는 전통적으로 권장하는 방법입니다.
복음 말씀도 이에 따라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하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가 특별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자선할 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 기도할 때도 골방에 숨어서 하고, 단식할 때도 머리에 기름을 바르라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끊고 세상을 끊기 위함인데, 오히려 세상의 칭찬을 받아 나의 교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처럼 위선적인 신앙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제가 나누는 방식은 ‘모기와 예수’입니다.
모기는 삼구에 빠져 생존 욕구에만 집착하며 남에게서 에너지를 찾는 사람이고, 예수는 나에게 있는 피를 남에게 나누어주며 타인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입니다. 
 
첫 번째 부류는 세상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고, 두 번째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타입입니다.  
 
첫 번째 부류는 혼자 있을 때 매우 힘들어하고 두 번째는 사람들과 있는 것이 힘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첫 번째 부류를 사람들은 원하지 않고 두 번째 부류를 더 좋아합니다.
첫 번째 부류는 부담스럽고 두 번째 부류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두 번째 부류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고 에너지가 빼앗기고 혼자 있을 때 되살아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남모르게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물론 예수님과 같은 분을 만나면 그분의 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기처럼 나의 피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칭찬을 받아봐야 더 외로워질 뿐입니다. 
 
영국의 문인 부르크가 미국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부두에는 전송객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전송객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서운함을 느낀 부르크는 부두에서 놀고 있는 한 어린아이에게 “얘야! 내가 네게 6실링을 줄 테니 내가 저 배를 타고 떠날 때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6실링을 받은 아이는 정말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부르크는 “돈 받고 흔드는 손을 보고 나는 더욱 고독을 느끼게 되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외롭지 않으려 사람을 찾는 사람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외로움이 사람들을 통해 더욱 가중될 뿐입니다.
그러나 고독과 외로움을 직면하고 심지어 즐길 수 있다면 세상에 참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프랑스의 공학자였던 페르디낭 드 레셉이 지중해를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여행 중이던 동료 한 사람이 갑자기 전염병을 앓게 되어 그들이 탄 배가 격리 조치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드레셉은 그 격리 상태로 인해 심한 좌절감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운하 건설 가능성에 관해 연구인 찰스 레페레의 ‘회고록’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수에즈 운하 건설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37년 만에 그 유명한 수에즈 운하가 완공되었습니다. 
 
억지로라도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끄고 촛불을 켜고 주님 앞에 앉으면 가장 좋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을 얻습니다.
세상에 머무는 것 자체가 실제로는 나를 소진하는 행위입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 사고를 크게 낸 적이 있습니다.
군용 트럭을 모는 운전병이었는데 전방에 있다가 춘천에서 군견과 군견병을 싣고 오는 길에 승용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철책에서만 있다가 거의 8개월 만에 내려오니 너무 좋았습니다.
여자 선생님과 유치원 아이들이 노란 옷을 입고 걷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정신이 팔려있을 때 신호등이 바뀐 것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승용차는 폐차 당했고 타고 있던 사람은 타박상을 입어 병원에 2주 입원해 있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운전하는 차에 탄 군견과 군견병은 상처를 입었고 괜히 저의 선탑자가 된 상관은 저와 함께 찻값을 물어주어야 했습니다. 
 
내가 바깥에서 힘을 얻으려 할 때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나의 에너지는 내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바깥을 향하는 것들을 먼저 끊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령께서 기도 안에서 오십니다. 단식이 그런 것입니다.
세상맛을 끊는 것입니다. 세상맛을 좋아하며 성령의 에너지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영과 육은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단식하며 기도하면 성령께서 나에게 내려오셔서 영적 에너지로 가득 찹니다.
그것을 이웃에게 쏟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이기 위해 자선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게 됩니다. 
 
이번 사순절은 진정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아니라 홀로 있으며 에너지를 얻고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람으로 바뀌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가지 타입이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신앙인이 선택해야 할 타입은 ‘홀로 있을 때 힘을 얻고 사람을 만날 때 그 에너지를 내어주는 타입’의 삶입니다. 
 
누구나 결국은 혼자 있을 시간과 직면하게 됩니다.
그걸 두렵다고 세상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독이 친구가 될 때 세상은 내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 광야의 고독 안에서 주님께서 성령을 부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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