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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1-21 조회수 : 2797

모두에게 잘할 수 없으면 아무에게도 잘해주지 마라 
 
오늘도 공동체 리더의 모습이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이어가겠습니다.
예수님은 리더이십니다. 예수님께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습니다.
군중이 예수님을 밀쳐댈 수 있기에 예수님은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시어 그들과 조금 떨어지셨습니다.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중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들도 그분을 보기만 하면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에게 당신을 알리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곤 하셨습니다. 
 
이 복음을 한 공동체의 리더십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리더는 ‘편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아야 합니다.
더 잘 안다는 말은 더 많이 사랑받았다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이 공동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를 편애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누군가는 그 가정에서 소외되고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결국, 그것이 공동체 분열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마귀 들린 이들이 당신을 알고 있다고 말할 때 함구령을 내리신 것입니다.
공동체에서 리더를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가끔 공동체 분열의 주범이 됩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마귀의 입을 막으십니다.
또 뭍에 계시면 당신에게 가까운 사람들만 이익을 보기 때문에 배를 타고 조금 떨어지시는 것입니다.
모두가 당신을 만질 수 없고, 모두가 당신을 알 수 없다면 모두가 당신을 만질 수 없게 하고 모두가 당신을 알 수 없게 하는 것이 참 리더의 모델입니다. 
 
‘KBS 안녕하세요’ 프로에 「아홉 살인데 몰래 우는 아들」 편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9살, 4살 두 아들이 있는데 지나치게 차별하는 아버지가 나왔습니다.
큰아들은 아버지와 밥 먹으면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밥을 토할 정도입니다.
그러면 왜 토하냐고 화를 내고 그 아이와 밥을 먹으면 밥맛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진행자들이 큰아들에게 “아빠가 너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 물으니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만약 작은아들에게도 그렇게 물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빤 절 사랑해요. 경상도 사람이라 좀 무뚝뚝해서 그래요.”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경상도 사람이고 아이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아빠가 말하지만 작은 아이에게는 그렇게 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건 핑계에 불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비교하기 좋아합니다.
자녀는 부모 사랑의 절대적인 양보다 상대적인 양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러니 부모가 사랑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차별해서 주면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받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로 편애는 사랑이 아닙니다.
한 공동체의 모든 사람은 리더가 다른 이에게 하는 사랑의 최대치가 자신에게도 와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고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본당에서 청년들이 서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고집 센 누군가가 물을 흐리게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 제가 본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청년들이 함께 있는 그 자리에서 다른 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청년회가 둘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을 따르는 청년들은 소수였지만 결국 끝까지 둘은 하나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항상 본받고 싶은 분이 ‘세종대왕’입니다.
세종대왕이 정말 대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사람에게 잘 해 주어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세종대왕은 세금도 많이 걷고 다른 의무도 백성들에게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은 불만이 없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못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다 잘해줄 수 없다면 똑같이 못 해주라는 것이 세종대왕의 리더십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한 나라의 리더가 편애해서는 안 되는 한 사람의 의견에 휘둘린 것입니다.
최순실 씨의 의견이 다 옳았을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보기에는 편애하는 리더일 뿐입니다.  
 
그녀의 파일엔 국가안보 자료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대통령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모두를 골고루 사랑하고 모두에게 골고루 자신을 알게 하지 않을 바에야 누구에게도 편파적으로 사랑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조선의 어떤 양반은 하인 둘이 서로 싸우고 왔을 때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 “자네가 옳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말하자 “자네가 옳네!”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던 다른 하인이 “주인님, 다 옳다고 하면 어떻게 하십니까? 둘이 싸운 것인데요.”라고 했더니
“너의 말도 옳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리더는 분열은 옳지 않고 일치는 옳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내가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면 다른 이들은 소외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옳지 않은 것입니다.
공동체가 분열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애정에 휘둘린다면 좋은 리더는 될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서 조금 떨어져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배를 보며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 명만의 지도자가 됩니다.
지도자는 오직 하느님께만 흔들려야 합니다.
몇몇 사람에게 휘둘리는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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