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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18 조회수 : 1488

12월18일 [대림 제3주간 금요일] 

 

복음: 마태오 1,18-24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면 성령께서 오신다 

 

가끔 본인의 영성이 뛰어나다고 믿는 이들을 만납니다.

그런 분들은 삶이 매우 절제되어 있고 많은 나눔을 해서 가난하고 기도를 오래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의 영성을 분별할 때 특별히 보는 것 중의 하나는 그 사람의 관계에 대한 태도입니다.

관계의 주체가 마치 자신인 것처럼 끊고 맺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사람을 높은 영성의 소유자로

보아주기 어렵습니다. 

 

​영성은 성령을 어느 만큼 지니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런데 성령은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시기 위해 오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은 요셉 성인이 천사의 도움으로 성모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내용입니다.

언뜻 보기에 마리아와 몰래 파혼하려는 요셉의 모습은

본인 스스로 관계의 주체라고 여기는 사람처럼 비칩니다.

그러나 남의 아기를 임신한 여자와 어떻게 혼인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요셉이 그런 사람이었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리아를 고발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야 파혼을 하더라도 자신이 정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모르게 파혼하면 마리아가 임신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 됩니다.

약혼해서 임신시켜놓고 버리는 파렴치한이 되는 것입니다.

요셉은 마리아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고 마리아는 아기 아버지와 잘 살 수 있도록 보내주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은 이런 마음을 보시고 요셉에게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십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요셉에게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된 것임을 알려줍니다. 

 

​만약 요셉이 관계를 딱 단절하려는 마음을 가졌다면 하느님께서 천사를 요셉에게 보내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천사는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게 하려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순교 복자 수녀회 이영숙 베드로 수녀님이 하신 강의를 유튜브를 통해 보았습니다.

그분은 병원에서 꽤 오래 일하셨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한 여성이 고민 상담을 하였습니다. 그 여성은 허리가 아파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방사선도 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의사는 아기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낙태를 권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이미 자녀가 딸 둘 아들 하나, 세 명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녀님에게 물어본 것입니다. 수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낙태하면 안 됩니다. 만약 장애인으로 태어나면 저를 주시고 정상으로 태어나면 잘 키우세요.” 

 

그리고 수녀님은 매일 그 자매에게 가서 배에다 손을 얹고 아기를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8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아야 했습니다.

아기는 정상으로 태어났습니다. 

 

​ 돌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수녀님들을 다 초대했습니다.

다른 수녀님들이 아기를 불러도 가지 않았는데, 베드로 수녀님이 부르니 반응하였습니다.

아마도 태중에서 기도해 주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그 어머니가 이 아기를 낳지 않았다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좋은 수녀님도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베드로 수녀님은 마치 천사와 같이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를 유지 시켜 주었습니다.

관계를 유지할 마음이 있어야 천사가 다가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또 죄짓게 만드는 사람과의 관계는 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가리옷 유다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으셨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관계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맺어주셨으니까 지금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 수녀님이 사시던 수녀원 밑에는 무당들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무당들은 하루에 5번 종을 치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때마다 무당에게 지지 않기 위해 수녀님들도 무당들의 종소리에 맞추어 기도하였다고 합니다.

무당들이 수녀님들을 기도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무당들이 무언가를 태워 연기가 수녀원으로 올라올 때는 매우 괴로웠다고 합니다. 

 

​한 번은 연기가 올라올 때 그쪽을 향해 성수를 뿌렸습니다.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았었는데 성수를 뿌리니 연기가 수녀원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무당들을 통해서도 기도를 시키고 하느님께서 함께해 주심을 보여주십니다.

그저 불평만 하고 있었다면 그런 체험은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수녀님이 피정 지도를 할 때 어떤 수녀님은 엄마가 아들이기를 바랐는데 딸이었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수녀님도 수녀원에 들어와서 8년 동안 한 번도 어머니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드로 수녀님은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으면 인간관계의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어서 어머니와 화해하고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관계를 맺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계를 위해 지는 십자가가 우리를 성숙시킵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관계 안에서 성장하게 하십니다.

그러니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도우십니다. 

 

하느님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요셉이 마리아와의 관계, 또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드셨습니다.

하느님은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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