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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17 조회수 : 1562

12월17일 [대림 제3주간 목요일] 

 

복음: 마태오 1,18-24 

 

하느님 자녀가 되는 법; 그분의 씨를 얻기 위해 세상에서 바보가 되는 수밖에 

 

오늘은 예수님의 족보가 나옵니다.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가 십사 대이고,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가 십사 대이며, 바빌론 유배부터 그리스도까지가 십사 대입니다.  

 

이 말은 하느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셨다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 때부터 그 후손으로 메시아가 태어나기까지 끊임없이 그들 역사에 함께 하셨습니다. 

 

지옥에도 그리스도의 족보가 이어질까요?

만약 그리스도의 족보에 들어갔다면 지옥에 갈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구원은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믿음의 씨앗이 전해지는 그 족보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자신도 그 씨앗을 전해주는 부모가 되었느냐에 있습니다.  

 

구원은 새로 태어남을 통해 얻을 수 있지 개인적인 노력으로 얻어지지는 않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 처음 광해는 왕의 모습보다는 좀 광기 어린 기이한 모습을 보입니다.

폭군인 것 같고 정치엔 관심 없이 여색이나 탐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오히려 자신이 독살당할까 두려워 대신 세워놓은 광대인 하선이 더 왕 같이 행동합니다.  

 

하지만 점점 그가 가짜 왕인 것이 밝혀지려 하자 어쩔 수 없이 광해가 등장합니다.

광해의 가슴에 흉터가 있는데 그 흉터를 보이라는 역적들 앞에서 광해는 옷을 벗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흉터가 없었던 하선은 더 왕 노릇을 해보고 싶었지만, 일반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판 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무리 그리스도인답게 살았다 하더라도 그 족보에 들고 전해오는 믿음의 씨앗을 간직하지 못한다면

구원에서 배제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꼭 지녀야 하는 그 족보만의 믿음의 씨앗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버지의 살과 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 

 

우리의 구원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믿음의 상속권, 즉 그리스도의 살과 피, 곧 성령에 의해 결정됩니다.

성령의 열매가 믿음이기 때문에 성령은 믿음의 씨앗입니다.

이것을 얻기 위해 목숨을 바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이 족보에 들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집니다. 

 

이 족보에서 여성은 총 5명이 등장합니다.

타마르와 라합, 그리고 룻과 우리야의 아내, 마지막으로 마리아입니다.

이 모든 이들의 공통점은 자칫 아브라함부터 이어오는 믿음의 씨를 받지 못할 뻔 했지만 그 씨를 위해 세상의 온갖 비난과 오해를 무릅쓸 줄 알았다는 데 있습니다. 

 

타마르는 유다의 아들들이 다 죽기 때문에 며느리로서 그 씨를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위기를 시아버지에게 직접 받음으로써 넘깁니다.

라합은 이방인이었고 창녀였지만 그 씨의 주인을 받아들임으로써 족보에 들게 됩니다.

룻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죽어 구원의 족보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지만 끈질기게 보하즈의 씨를 얻어냅니다.

우리야의 아내는 우리야가 있었지만 다윗으로부터 왕족의 씨를 받고 솔로몬을 낳습니다.  

 

마찬가지로 성모 마리아께서도 남편이 있었지만, 하느님의 씨를 직접 받음으로써 세상에서는 모멸스러운 처지가 됩니다.

구원의 족보에 든 이들은 모두 이 믿음의 씨앗을 얻기 위해 세상의 모든 시련을 이겨낼 줄 알았던 인물들입니다. 

 

지금 이 구원의 씨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믿음을 전해주라고 세우신 교회를 통해 전달됩니다.

우리는 교회를 통해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납니다.

참 구원의 씨요, 믿음의 씨앗인 성체 성혈을 먹고 마시기 때문에 그 믿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회는 마치 세상에서는 비난받을지라도 믿음의 씨앗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 줄 알았던 그리스도 족보의 여인들과 같습니다. 

 

교회를 어머니라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구원의 족보에 들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돌아가실 때 “저는 결국 교회의 딸입니다”라는 말씀을 반복하셨습니다.

구원은 쿠테타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족보에 들어 자녀가 되고 어머니가 됨으로써 얻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의 자녀가 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구원의 씨를 받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바보가 되는 길을 택하고 있나요?

아무나 구원의 족보에 드는 것이 아닙니다.

아담과 하와는 그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습니다. 

 

S시에 거주하는 한 아버지가 4남매를 잘 키워 모두 대학을 졸업시키고 시집, 장가를 다 보내고 한 시름 놓자 그만 중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하루는 아들과 며느리들,

딸과 사위를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내가 너희들을 키우고,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보내고 사업을 하느라 7억 정도 빚을 좀 졌다.

알다시피 내 건강이 안 좋고 이제 능력도 없으니 너희들이 얼마씩 좀 갚아다오.

이 종이에 얼마씩 갚겠다고 좀 적어라.” 

 

아버지에게 재산이 좀 있는 줄 알았던 자식들은 서로 얼굴만 멀뚱히 쳐다보고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형제 중 그리 잘 살지 못하는 둘째 아들이 먼저 종이에 5천만 원을 적었습니다.

그러자 마지못해 나머지 자식들은 경매가격을 매기듯 큰아들이 2천만 원, 셋째 아들이 1천 5백만 원, 딸이 1천만 원을 적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문병 한번 없고, 그 흔한 휴대폰으로 안부 전화 한번 없는 자식들을 다시 불러모았습니다.

이번에는 며느리들과 사위는 오지 않고 4남매만 왔습니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들이 얼마 되지 않는 유산으로 싸움질하고 형제간 반목할까 봐 전 재산을 정리하고 공증까지 마쳤다.

지난번에 너희가 적어준 액수의 5배를 지금 준다.

이것으로 너희에게 내가 줄 재산상속은 끝이다.

장남 1억 원, 둘째 2억 5천만 원, 셋째 7천 5백만 원, 딸 5천만 원.” 이 결정에 어떤 자식도 불만을 토로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심판 때도 이렇게 그 족보 안에 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따라 심판이 이뤄질 것입니다.

그 족보에 들기 위해 얼마나 봉헌할 줄 알았느냐에 따라 구원과 심판, 혹은 상속 재산의 양이 결정될 것입니다.  

 

우리는 합당치 않았지만, 구원의 족보에 들 줄 알았던 여인들을 본받아야 합니다.

그 여인들은 마리아를 포함한 5명이 아니라 교회를 포함한 6명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의 자녀가 되기 위해 아담과 하와가 거부했던 선악과를 적어도 바칠 용기는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씨앗은 성체 성혈을 통해 새로운 자녀를 낳고 있어야 합니다.  

 

오직 신랑이신 그리스도와 신부이신 교회를 통해 태어나고 또 그 태어남에 협력할 줄 아는 이들만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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