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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2-11 조회수 : 1402

12월11일 [대림 제2주간 금요일] 
 
복음: 마태오 11,16-19 
 
누가 사기꾼인지 알아내는 법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도 믿지 않고 당신도 믿지 않는 이 세대를 이렇게 비유하십니다.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기랴?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가슴을 치지 않았다.’
사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말한다.” 
 
분명 요한이나 예수님은 이 세대에 도움을 주러 오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분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러면 이래서 싫다고 하고 저러면 저래서 싫다고 합니다. 
 
그들이 요한과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그분들 때문에 자신들이 변화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누군가가 피리를 불 때 춤을 추게 되고 곡을 할 때 가슴을 쳐야 합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받아들이면 그 누군가 때문에 변화하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그분을 닮을까 봐 두려워서입니다.’ 
 
세상 사람들을 단순하게 나누자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은 남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남들에게 이익을 주려는 사람이고,
나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비유적으로 남에게 이익을 주려는 사람을 예수님이라 표현하고 남을 이용하는 이들을 모기라 표현합니다.
피를 내어주고, 피를 빨아먹는 차이입니다.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란 책에 보면 한 회사에 모기는 90%, 예수님과 같은 사람들은 10%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 90% 정도의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나 예수님이 또 나타나시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그분들을 배척하고 박해할 것입니다.
남을 이용해서라도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는 믿음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리는 ‘사랑’만이 행복임을 믿습니다.
그러면 모기와 같은 90% 사람을 좋아하기보다는 10%의 선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눈이 가려져서 누가 좋은 사람인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케네스 레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수성가한 대단한 사람입니다.
엔론이란 회사의 CEO가 되었을 때는 자선재단을 설립해 250개가 넘는 단체에 2,5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연간 순이익의 1%도 사회에 기부하였습니다.
90%의 미국인들은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레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사기꾼이었습니다.
레이가 운영하던 회사인 엔론은 그동안 매출 기록을 조작해 투자자를 속이는 한편, 1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숨겨왔습니다.
외국 정부에 뇌물을 주고 부당하게 국제거래를 해왔고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에너지 시장을 조작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회사가 부도 당해 망할 때도 일자리를 잃는 수만 명의 직원은 무시한 채 자신만 몰래 미리 돈을 빼내서 엄청난 이익을 챙겼습니다.
결국, 케네스 레이는 6건의 사기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레이를 좋은 사람으로 여겼지만 사실 그는 정체를 숨긴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에서는 같은 시기 같은 가난한 집 출신으로 같은 닉슨 정부에서 일했고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CEO가 되어 많은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또 다른 사람, ‘존 헌츠먼 시니어’도 소개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진을 올려놓고 표정과 옷 입은 모습으로 누가 누구인지 맞혀보라고 합니다.
아무리 봐도 외향으로는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사진은 연례보고서에 나온 사진이었는데, 그 연례보고서를 보니 명확해졌습니다.
헌츠먼은 연례보고서에 자신의 사진을 한 페이지의 10% 정도 크기로 넣었고 레이는 100% 꽉 차게 자신만 보이게 넣었습니다.  
 
헌츠먼은 자신을 작게 하여 직원들의 노고가 더 큼을 드러내었고, 레이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자신을 알아달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전문가들은 레이가 분명 사고를 터뜨릴 것을 예상하였다고 합니다.
자신을 너무 과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는 사람은 모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은 윗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자신이 아랫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거의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윗사람들보다는 아랫사람들에게 신임을 얻는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아랫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그 사람이 하는 말에서 ‘우리는’ ‘우리를’ ‘우리의’ ‘우리의 것’ 등의 복수형 대명사 보다, ‘나는’ ‘나를’ ‘나의’ ‘내 것’ ‘나 스스로’ 등 단수형 대명사 표현을 즐겨 사용하면 나쁜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수가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라고 하십니다.
이 세상의 지혜가 자기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세례자 요한이나 그리스도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일을 하시며 사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가리키며 자신은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고 말했고,
예수님은 아버지만이 선하시고 아버지가 당신보다 크신 분이시라고 하셨습니다.
오직 아버지께 들은 대로만 이야기하고 아버지께서 하라는 대로만 하는 로봇과 같은 역할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도 그분이 좋은 분인지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모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모기의 본성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축구경기를 보면 골을 넣은 선수들이 먼저 자신에게 어시스트해준 동료를 가리키며 영광을 돌리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리고 그런 선수는 오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혼자 잘나서 넣었다고 좋아하는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자주 봅니다.
대부분 경기력이 좋은 선수들은 자신의 골을 동료들에게 돌립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면 나쁜 사람이고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고, 다른 사람에게 영광을 돌리는 이들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누구를 받아들이고 누구와 사귀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사귀는 사람들이 결국 나를 그렇게 변화시킵니다.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매달려 우리에게 피를 내어주시는 하느님을 어떻게 좋은 분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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