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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0-13 조회수 : 705

10월13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복음: 루카 11,37-41 
 
바리사이의 초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어떤 바리사이의 집에 초대를 받으십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는 예수님께서 식사 전에 먼저 손을 씻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랍니다.
식사 전에 손을 씻는 것은 이스라엘에서 일종의 관습법이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예수님을 죄인으로 지목하는 이들이 바로 죄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우리 안에 초대합니다. 말씀과 성체로 우리는 예수님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모시고도 바리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을 하나의 인격체로 초대한 것이 아니라 지식이나 율법으로 초대하였기 때문입니다.  
 
지식이나 율법은 인격이 없습니다. 예수님을 우리 집에 초대해야 구원을 받는데 우리는 성체를 영하면서도 머리로만 초대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바리사이의 초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개신교 목사님 중의 한 분인 유기성 목사가 있습니다.
그분은 현재 ‘영성일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녁에 하루를 돌아보며 주님과 진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때를 되돌아보고 뉘우치는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이런 운동을 펼치게 된 이유는 대부분 신도가 예수님을 바리사이처럼 초대하기에 삶의 변화가 없음을 본인 스스로 체험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기성 목사는 목사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목사가 되는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물론 교회 내에서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리스도인답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렇게 목사가 되었고 군목으로 훈련을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훈련 도중 다리에 중상을 입고 의사는 다리 절단 소견을 내렸습니다.
이때 그가 찾은 것은 하느님 아버지가 아닌 육체의 아버지였습니다.  
 
수원에서 사목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좀 해달라고 보는 사람들에게 매달렸습니다.
다리 절단 수술은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처지에서야 비로소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다리를 고쳐달라고 애절하게 기도하던 중 지난날의 죄를 깨닫고 눈물로 회개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군 선교를 위해 군목으로 간다는 마음보다 마음속 진정한 동기는 사병보다 장교가 편하다는
마음에서였음을 고백하였습니다.
군목의 특권으로 목사안수도 일찍 받고 유학도 다녀와 큰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리를 고쳐달라는 기도가 점점 “이 오른쪽 다리도 주님께 바치겠습니다”라는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또 “이제 진짜 주님의 종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이 가라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습니다”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이때 그분은 ‘내가 바뀌고 있구나!’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두 번의 수술을 더 거쳐 다리가 완전히 치유되었습니다. 
 
사람의 변화는 아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십계명만으로 모두가 구원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원은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으로만 이뤄집니다. 우리에게 이 시간이 성찬례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며 인격적으로 그분을 우리 집에 초대합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웃의 잘못을 심판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주님을 인격적으로 초대한 것이 아닙니다.
주님을 초대했다면 나의 죄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남의 죄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처럼 머리로만 초대했다면 자신의 죄는 보지 못하고 그 율법으로 이웃을 심판합니다.
‘자비의 예수님’을 환시로 보고 그림도 그렸던 성녀 파우스티나는 처음 수녀원에 들어가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녔었습니다.
그러나 아무 곳에서도 그녀를 받아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비의 성모 수녀회’에 갔을 때 원장 수녀님만은 달랐습니다.
“이 집의 주인님께 가서 자매님을 받아들이시겠느냐고 여쭈어보십시오.”
그녀는 곧바로 성당으로 가서 기도하였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를 받아들인다. 너는 내 마음 안에 있다.” 
 
원장 수녀님은 “주님께서 당신을 받아주셨나요?”라고 물었고 그녀가 “예”라고 대답하자, 곧 “주님께서 받아주신다면 나 역시 받아들입니다” 하며 그녀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성녀가 되었습니다.
다른 수도회 원장 수녀들은 파우스티나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들의 수녀원에 예수님을 실제적으로는 초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우리 안에 초대했나요, 아니면 바리사이처럼 초대했나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않으면 삶의 변화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구원도 불가능합니다. 나를 바꾸는 것은 마음이지 머리가 아닙니다.
머리로 초대하지 말고 마음으로 초대합시다.  
 
그러면 우리 마음 안에서 ‘탐욕과 악의’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웃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자신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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