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사도행전 13,26-33
요한 14,1-6
자신의 감정을 책임질 줄 알아야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다
1938년 10월 30일 일요일 저녁 8시. CBS 라디오 방송에서는 ‘화성인의 습격’이라는 드라마가 한창이었습니다.
댄스음악 프로가 갑자기 중단되고, 화성에서 몇 차례에 걸친 연쇄 폭발이 관측되었으며 이후 몇 개의 유성이 프린스턴과 뉴저지 근방에 떨어져
수백 명이 죽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다시 댄스음악이 나오다가 아나운서에 의해 갑자기 끊기며 유성으로 보였던 물체는 사실 원형 통이었으며 그 속으로부터 기묘하게 생긴 물체들이 나왔는데 화성인들로 추측되며 그것들이 시민을 학살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드라마는 1시간가량 지속하였는데 분명 여러 번에 걸쳐 가상드라마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미국 각지에서는 일대 대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청취자가 600만이었는데 그 중 무려 12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피란길에 올랐고
독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가 “사람은 각자의 감정을 각자가 책임질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어떤 분들은 크게 반발합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가 자신에게만 있을 수 없고 외부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생기는 감정까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행동도 자신의 책임인 것처럼, 감정도 자신의 책임입니다.
물론 행복한 감정은 성령의 선물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 기쁨과 평화와 사랑의 감정을 선물로 주십니다.
그러니 감정을 책임질 수 있어야 자신 안에 성령을 얼마나 받아들였느냐를 알 수 있습니다.
옛 순교자들은 사자의 밥이 되어가면서도 기쁨의 찬송을 불렀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책임지려 하지 않으면 주님께서 알려주시는 올바른 길을 갈 수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라고 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라고 하십니다.
믿음이 없으면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입니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있다면 그냥 부모가 시키는 것만 하면 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래서 많이 웃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자신의 길을 결정하며 살아야 할 때는 걱정근심이 많아지면서 웃음을 잃습니다.
우리는 참 아버지 어머니를 둔 자녀들처럼 마음이 다시 편안해져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를 빈다!”라고 인사하셨습니다.
그분과 함께 있고 그분의 길을 가고 있다면 마음이 평화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고 있어야 아버지와 함께 머무는 것이기에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녀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하면 부모에게 혼이 날까 봐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그러나 부모의 말을 잘 따르는 자녀는 부모의 칭찬을 기대하기에 마음이 평화롭고 기쁩니다.
그러니 예수님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따라야만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산에서 길을 잃으면 마음이 불안하지만, 다시 길을 찾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때야만 그리스도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추구합시다.
그러면 그리스도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고 아버지께 도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길이 아닌 다른 모든 길은 걱정과 근심과 불안과 초조, 두려움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를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대로 일정을 짜보고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대로
그리스도가 되어 살아봅시다.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나에게 가리키는 길’을 찾읍시다.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을 보내신 아버지를 믿읍시다.
그러면 결코 마음의 평화를 잃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1991년 LA의 한 슈퍼마켓 주인이 10대 흑인 소녀가 오렌지 주스를 훔치려는 줄 알고 그를 잡아끌다가 소녀에게 얼굴을 맞고는 돈을 내려는 소녀를 총으로 살해하여 폭동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 피해액이 7억 달러에 달하였습니다.
모든 행동 이전에는 반드시 감정이 있습니다.
그 감정에 집중하지 않으면 행동을 해버리고 결국 후회하게 됩니다.
내가 주님의 길을 찾았다면 분명 마음의 평화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마음이 평화롭지 않은 상태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분명 실수할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먼저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고 그다음에 무언가 해야 합니다.
주님의 길을 가고 있다는 증거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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